충추 미륵동의 유일한 양반 김승지는 자신의 신분적 · 경제적 위치를 이용해 높은 소작료를 받는 한편 부녀자를 겁탈하는 등 농민들을 수탈하고 괴롭힌다. 특히 원장쇠의 아내인 금순을 범하여 그를 자살로 몰고가게 되는데, 보복이 두려웠던 김승지는 오히려 양반을 죽이려 했다는 누명을 씌워 원장쇠를 죽이려 한다. 김승지의 딸 미연이 아버지를 설득하여 목숨을 구하게 된 원장쇠는 소작권을 박탈당하고 마을을 떠나가게 된다. 그는 원한에 차서 동학군에 가담하고, 동학군의 핵심 인물이 되어 다시 미륵동으로 돌아온다. 김승지와 탑골의 양반인 박의관,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하인들까지 모두 불러들여 종문서와 빚문서를 태우고 그들을 벌한다.
동학군과 마을 사람들은 김승지를 죽이자고 강하게 주장하고 원장쇠는 동학의 정신에 벗어난다며 죽일 수는 없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이때 미연이 나타나 아버지의 잘못을 빌고 원장쇠와 혼인하겠다고 하면서 군중들의 마음은 누그러 든다. 이렇듯 농민들이 양반을 벌하고 있는 순간, 관군이 나타나 상황은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이 소설은 농민들의 현실을 자세히 묘사함과 동시에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민중들의 저항적인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동학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소설 속 농민들의 핍진한 삶과 강렬한 저항 의식을 통해서 구현됨으로써 소설적 의미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하 연작 소설 『농민』의 2부 「농군」은 원장쇠가 농군이 되려 돌아오다가 경술국치를 저지하기 위해 의병 대장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부 「노농」에서는 개간 사업에 뛰어들었던 원장쇠가 일제에 저항하여 3·1운동을 계획하지만 그것이 탄로나 투옥되고, 대신 마을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게 된다. 이처럼 동학농민운동→의병 운동→3·1운동으로 이어지는 『농민』은 한국 근대형성기의 전개 과정 속에서 그 주역으로 농민의 삶과 저항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역사적이며 문학적인 진실에 가닿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