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풍도형용은 조선후기 시조를 노랫말로 하는 가곡창을 할 때 가객(歌客) 등 노래를 부르는 가창자가 어떠한 기분과 감정의 상태여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함축된 짧은 한자 글귀로 제시한 것이다. 노래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가지풍도형용은 조선후기에 편찬된 가집인 『청구영언』ㆍ『해동가요』ㆍ『가곡원류』ㆍ『금옥총부(金玉叢部)』ㆍ『교방가요(敎坊歌謠)』 등에 전한다. 이 가운데 『가곡원류』에 기록된 악곡별 가지풍도형용 15조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ㆍ가지풍도형용15조목(歌之風度形容十五條目)
「초중대엽(初中大葉)」: 남훈전의 오현금, 구름 가듯 물 흐르듯(南薰五絃 行雲流水)
「이중대엽(二中大葉)」: 넓은 바다에 외로운 돗배, 평평한 냇물이 좁은 여울을 만난 듯(海濶孤帆 平川挾灘)
「삼중대엽(三中大葉)」: 항왕이 말을 달리듯, 높은 산에서 돌을 굴려 내리는 듯(項王躍馬 高山放石)
「후정화(後庭花)」: 서리 친 하늘에 기러기 울고, 풀 섶의 뱀이 놀라듯이(鴈呌霜天 草裡驚蛇)
「이후정화(二後庭花)」: 공규 부녀자의 원한인 듯, 적막하고 처창하네.(空閨怨婦 寂寞悽悵)
「초삭대엽(初數大葉)」: 긴소매를 날리며 뽐내는 춤 솜씨, 푸른 버들에 봄바람이 이네.(長袖善舞 綠柳春風)
「이삭대엽(二數大葉)」: 공자님의 행단설법, 비는 순하고 바람은 조화롭다.(杏壇說法 雨順風調)
「삼삭대엽(三數大葉)」: 원문을 열고 나서는 장수, 칼이 춤추니 적들이 스러지네(轅門出將 舞刀提賊)
「소용이(騷聳伊)」: 폭풍이 비를 부르니, 제비가 가로질러 난다.(暴風驟雨 飛燕橫行)
「편소용이(編騷聳伊)」: 두 장수가 교전하매, 신들린 듯 창 쓰는 솜씨(兩將交戰 用戟如神)
「만횡(蔓橫)」: 뭇 선비들이 설전을 벌이니, 갖가지 모양의 풍운이 인다.(舌戰羣儒 變態風雲)
「농가(弄歌)」: 맑은 내에 깁을 빠니, 물결이 출렁인다.(浣紗淸川 逐浪飜覆)
「낙시조(樂時調)」: 요임금의 바람이요, 탕임금의 해로다. 꽃이 난만한 봄의 성터(堯風湯日 花爛春城)
「편락시조(編樂時調)」: 춘추의 풍우, 초한의 건곤이라.(春秋風雨 楚漢乾坤)
「편삭대엽(編數大葉)」: 대군이 말을 달려오니, 고각이 일제히 울린다.(大軍驅來 鼓角齊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