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필사본·목판본·활자본. 필사본으로는 서울대학교 도서관 소장의 ‘금향졍긔’(7책),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금향뎐기’(1책), 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의 ‘금향졍녹’(1책), 서대석(徐大錫) 소장의 ‘죵경긔젼’(1책)이 있다.
목판본으로는 경판본인 유동신간본(由洞新刊本) ‘금향뎡긔’(2권 2책)가 파리 동양어학교, 일본 동양문고, 대영박물관에 각각 소장되어 있고, 이능우(李能雨) 소장본(1책)이 있다. 활자본으로는 동미서관(東美書館, 1916)·신구서림(新舊書林, 1924)·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각각 간행된 ‘금향정기(錦香亭記)’가 있다.
이 작품은 남녀 주인공이 만나서 혼인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사건을 안녹산(安祿山)의 난이라는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엮어나간 애정소설이다. 유동신간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종경기(鍾景期)는 당나라 현종대의 명신 종수의 아들로 십칠세에 부모를 여의고 삼년상을 마친 뒤 과거에 응시한다. 장안을 구경하던 중 종경기는 어사 갈태고 집 후원에서 갈소저(葛小姐)를 보고 감탄하다가 그녀가 떨어뜨리고 간 시가 적힌 백릉수건을 발견하고 거기에다 화답시를 쓴다.
갈소저의 시비 홍애(紅愛)를 통해 백릉수건을 전하자 갈소저는 종경기의 글솜씨에 감탄하며 다시 화답시를 써서 전한다. 다음날 두 사람은 후원 금향정에서 만나 가연을 맺는다.
마침 갈어사가 이백(李白)·두보(杜甫)를 데리고 금향정으로 오므로, 경기는 담을 넘어 양귀비 형 괵국부인(虢國夫人)의 화원으로 들어가 부인의 환대를 받는다. 경기는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고 갈어사 집으로 청혼하러 갔으나 갈어사는 좌천되어 갈소저와 떠나고 없었다.
갈어사는 안녹산과 언쟁을 벌이다 좌천된 것이었다. 경기는 안녹산과 이임보(李林甫)의 처벌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리고서 투옥되었으나, 두보의 도움으로 죽음을 면하고 서천만호(西天萬戶)로 부임하게 된다.
경기는 명경사에서 모해를 입고 자신을 모시던 노비와 함께 달아나다가 범을 만나 다시 위기에 빠진다. 뇌만춘(雷萬春)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경기는 뇌만춘의 간청으로 그의 질녀 청연과 혼례를 올린다. 이 후 경기는 뇌만춘의 도움으로 무사히 임지에 이르러 부임하고, 뇌만춘은 남제운(南霽雲)을 만나 의형제를 맺는다.
안녹산이 양귀비를 움직여 양국총(楊國忠)과 결탁하고 반역을 도모하여 자칭 황제가 되고, 갈태고와 일가족을 하옥시킨다. 안녹산의 아들 안경서(安慶緖)가 갈소저를 핍박하므로 갈소저는 벽주(碧珠)와 함께 남으로 도주한다.
천신만고 끝에 낙양에 이은 갈소저는 자운암의 주지가 된 괵국부인의 도움으로 자운암에 머물게 된다. 안경서가 자운암에 온다는 소식에 갈소저는 도망치다가 길을 잃었는데, 다행히 어부 노부부의 도움을 받는다.
양국총·양귀비가 죽임을 당하고 태자가 황제가 되자, 갈태고가 풀려났는데 딸이 죽은 줄 알고 슬퍼한다. 갈태고가 황제를 모시고 오다가 경기를 만나 딸과의 언약을 듣게 된다. 조정이 안정되자 갈태고는 순무사가 되고 경기는 서북경략사가 되어 도적 잔당을 토벌하고 민심을 안정시킨다.
갈태고는 자운암에서 딸의 생존소식을 듣고 벽주를 양녀로 삼는다. 갈소저는 어부의 모략으로 분양궁의 궁녀로 팔렸으나 죽음으로써 정절을 지키고자 한다. 경기가 안경서와 접전하고 뇌씨의 도움으로 승리한다.
곽자의(郭子儀)가 갈소저의 일을 알고 성상께 아뢰니 성상이 경기와의 혼인을 주선한다. 경기는 다른 여자인 줄 알고 갈태고에게 갈소저를 보내라고 한다. 갈태고는 부득이하여 벽주를 보낸다.
갈소저와 벽주 일행이 만나 서로 갈소저라 하니, 경기는 백릉수건을 보고 분별한다. 갈소저와 벽주가 차례로 행례하고 경사로 와 가족이 상봉한다. 경기는 세 부인과 함께 영화를 누리고 타고난 천수를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