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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문신 · 학자 박세당 『대학』 · 『중용』 · 『논어』 · 『맹자』 · 『상서』 · 『시경』을 해석한 주석서. 유학서.
정의
조선후기 문신 · 학자 박세당 『대학』 · 『중용』 · 『논어』 · 『맹자』 · 『상서』 · 『시경』을 해석한 주석서. 유학서.
개설

14책. 『통설(通說)』이라고도 한다. 편차를 보면, 1책에 『대학』, 2책에 『중용』, 3책에 『논어』, 4·5책에 『맹자』, 6∼9책에 『상서』, 10∼14책에 『시경』 등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주력한 것은 사서에 관한 주석이다. 특히, 『대학』과 『중용』에 더욱 역점을 두었다. 그는 당시 사서의 주석으로 종래의 권위를 가지고 정통으로 여겼던 주자의 설을 비판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주석을 통해 해석을 가한 것이 많다.

이렇듯 주자의 경의(經義)에 반기를 들고 자기 식의 해석을 했기 때문에 당시 정계·학계에 큰 물의를 일으켜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하였다.

내용

그 주요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대학』의 주석

첫째로, 『대학』은 3강령 8조목이 아니고 2강령 8조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자는 명덕을 밝히는 것(明明德),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新民), 지극한 선에 그치는 것(止於至善)을 3강령이라고 보았다.

이에 반해 박세당은 명덕을 밝히는 조목이 다섯이 있고(격물·치지·성의·정심·수신), 백성을 새롭게 하는 조목이 셋이 있는데(제가·치국·평천하), 지극한 선에 그치는 조목은 보이지 않으므로 이로써 『대학』의 강령이 두개뿐인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지극한 선에 그치는 것은 곧 명덕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는 공효(功效)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나누어서 별도로 하나의 강령으로 만들어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 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物有本末), 일에는 시초와 종말이 있다(事有終始)는 구절에 대해서도 주자와 견해가 다르다.

주자는 명덕을 밝히는 것이 근본이고,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이 말단이며, 그칠 데를 아는 것(知止)이 시초이고, 얻을 수 있는 것(能得)이 종말이라고 보았다.

이에 반해 박세당은 물(物)이라는 것은 8조목의 천하(天下)·나라[國]·가정[家]·몸[身]·마음[心]·뜻[意]·앎[知]·물(物)을 가리키고, 일[事]이라는 것은 평(平)·치(治)·제(齊)·수(修)·정(正)·성(誠)·치(致)·격(格)을 말하는 것이라 하였다.

셋째로, 격물(格物)의 주석에 대해서도 주자와는 다른 견해를 취하고 있다. 주자는 『대학장구』의 격물에 대한 주석에서 격(格)은 이르는 것이요(至也), 물(物)은 일[事]과 같으므로 사물의 이(理)를 궁지(窮至)하는 것이 격물(格物)이라 하였다.

반면에 박세당은 주자의 격물에 대한 주석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하였다. 그에 의하면, 격(格)을 지(至)로 해석하고 물(物)을 사(事)로 해석한다면, 격물은 결국 지물(至物)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에 말이 안 된다. 만약 이것을 고쳐 지사(至事)라고 해도 이치가 또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맞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주자는 궁(窮)자 하나를 더 보태어 그 말을 끌어 붙였으나, 격(格)자에는 궁구해 이른다(窮至)는 뜻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물과 일은 당연히 분별해야 할 것이요, 서로 혼돈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예컨대, 천하와 국가는 물이므로 일이 될 수 없으며, 평(平)·치(治)·제(齊)는 일이기 때문에 물이 될 수 없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격(格)은 법칙[則]이며 바로잡는 것[正]이라 해석하였다. 물이 있으면 반드시 법칙이 있는 것인데, 물의 격이 있다는 것은 그 법칙을 구하여 바른 것을 얻도록 하는 것이라 하였다.

넷째로, 박세당은 주자의 물격(物格)과 지지(知至)의 주석이 부당하다고 지적하였다. 주자는 『대학장구』의 물격에 대한 주석에서 물격이란 물리(物理)의 극처(極處)가 이르지 않음이 없는 것이라 했고, 또한 같은 곳의 지지에 대한 주석에서 지지란 내 마음의 아는 바가 다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라 하고, 앎을 이미 다하면 뜻이 성실해질 수 있는 것이라 하였다.

이 점에 대해 박세당은 『대학』에서 말하는 물격·지지의 뜻을, 주자의 해석대로 생각한다면, 성(誠)이라는 것은 사람의 성(性)을 다하고 물(物)의 성(性)을 다해 조화를 도와 천지와 같은 위치에 참여하게 된다. 이것은 성인의 지극한 공과(功果)요, 학문의 할 일을 다 마친 것인데, 어찌 처음 덕에 들어가는 초학자에게 성인의 지극한 공과를 갑자기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하였다.

다시 말해 처음 배우는 이들을 가르침에 있어서 처음부터 친극하고 자리에 꼭 들어맞아 이해하기 쉽도록 해야 할 터인데, 천하의 만물을 다 궁구한 연후에 뜻이 성실해진다는 이치는 온당하지 못한 주석이라고 비판하였던 것이다.

(2) 『중용』의 주석

『중용』의 주석에서도 첫 장의 “하늘이 명(命)한 것을 성(性)이라고 한다.”는 부분에서 주자는 명(命)을 영(令)이라고 풀이한 반면, 박세당은 ‘주는 것(授與)’이라고 해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영(令)은 뜻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주자는 성(性)을 이(理)라고 했는데(性卽理), 박세당은 성과 이를 다르다고 하였다. 이(理)가 마음에 밝은 것이 성(性)이 되므로, 하늘에서는 이(理)라 하고, 사람에서는 성(性)이라는 것은 명칭을 문란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주자는 주(註)에서 “사람과 물이 각각 그 자연스러운 성(性)을 따르는 것이 도(道)가 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박세당은 사람만을 말하고 물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용』의 글은 사람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요, 물을 가르치기 위한 것은 아니므로, 사람은 가르칠 수 있으나 물은 가르칠 수 없고, 사람은 도(道)를 알 수 있으나 물은 도를 알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비은(費隱)·격치(格致)·인물성(人物性) 등에 대해서도 주자의 주석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비판하였다.

의의와 평가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박세당은 비판형식이 귀납적이고 고증학적이며, 당시 성리학적 분위기에서 탈출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학문에로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휴(尹鑴)와 같이 주자학에 반기를 들고 독창적으로 경의(經義)를 해석하려 했던 박세당의 의지는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만, 이 책이 경서의 주석을 객관적으로 정당하게 했는가는 재평가할 여지가 있다.

참고문헌

「박서계와 반주자학적사상」(이병도, 『대동문화연구』 3, 성균관대학교출판부,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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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김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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