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선암사에 있는 고려시대의 향로. 높이 30㎝. 1972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이 향로는 선암사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유물들 가운데 하나로, 응향각(凝香閣) 안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위쪽이 넓고 아랫부분이 다소 좁아진 사발모양의 U형 몸체에 구연부는 몸체와 거의 수평을 이루는 납작하고 넓은 테두리(전)가 달려 있으며, 받침대는 몸체와 연결되는 정상부에 2단의 턱이 마련되고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완만하게 확대된 곡면에 이중 원반을 갖춘 나팔모양을 하여 고려시대 이후 크게 유행한 고배형(高杯形) 향로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13세기 이후 복잡한 문양이 시문(施文)되는 것과 달리 간단명료해진 몸체 네 곳에는 안쪽에 각각 卍자와 범어가 태선은입사(太線銀入絲)된 원형무늬만 전후 좌우로 서로 대칭되게 배치되어 있는데, 특이한 것은 몸체에 시문되어 있는 원형무늬이다.
고려시대 및 조선시대 고배형 향로에서 흔히 나타나는 둥근무늬와 다르게 이 향로의 卍자가 들어 있는 원문은 크고작은 둥근 톱날 두 개가 겹쳐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으며, 범어(梵語)가 장식되어 있는 둥근무늬는 한 가닥의 은선으로 이루어진 원문에 바람개비(혹은 물레방아) 모양의 역 기역자(┌)형태의 날개 20개가 달려 있어 마치 시계방향으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받침대와 연결되는 곳에 2단의 턱이 마련된 몸체 하단부에는 16엽의 앙련문(仰蓮文)이 약간 도드라지게 은입사되어 있고, 받침대 또한 병부(柄部)에 손잡이 부분을 거의 다 차지할 만큼 기다란 모양의 복련문(覆蓮文) 6엽을 간단하게 은입사함으로써, 전반적으로 단순하면서도 꾸미고자 하는 장식의도를 엿볼 수 있다.
몸체 밑부분에 일부 푸른 녹이 피어나긴 했지만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한 이 향로는, 현재 금동향로로 지칭되고 있으나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고배형 청동제 은입사 향로이다.
비록 자체에 조성 연대를 알려주는 명문이 남아 있지 않아서 정확한 조성 시기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지만, 다소 둔중해진 몸체에 받침대의 길이가 조금 짧아진 형태라든지, 은입사 문양의 시문기법이 고려 전반기에 비하여 뒤떨어지는 등 1300년대의 향로들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양식적 특징들이 보이는 점으로 미루어 고려시대 후반기인 14세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