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하는 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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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무시당하던 사위가 뜻밖의 글솜씨로 처가 식구들을 놀라게 하는 내용의 소화(笑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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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평상시 무시당하던 사위가 뜻밖의 글솜씨로 처가 식구들을 놀라게 하는 내용의 소화(笑話).
내용

외형상으로는 과묵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큰사위가 영리한 작은사위보다 속으로는 알차고 깊은 지식을 간직하고 있다는 내용의 설화이다. ‘바보 사위의 글짓기’라고도 불린다. 이에 관한 구전설화는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전승된다.

옛날 어떤 사람이 사위 둘을 보았는데, 큰사위는 과묵하여 어리석게 보여 처가의 멸시를 받았으나, 작은사위는 영리하게 처신하여 처가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하루는 장인이 두 사위를 불러 “산은 어째서 저렇게 높은가? 소나무는 어째서 저렇게 푸른가? 버드나무는 왜 크지 않는가? 내 머리는 왜 이렇게 벗어졌는가?” 하고 물었다.

이때, 작은사위가 뽐내면서, “산이 높은 것은 바윗돌이 버티고 있어서이고, 소나무가 푸르고 푸른 것은 속이 가득 차 있어서 그러함이라. 길가의 버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이 만지고 접촉하기 때문이며, 장인께서 머리가 벗어진 것은 연세가 많은 까닭이로다(山之高高撑石故 松之靑靑實中故 路柳不長閱人故 丈人脫頭年滿故).” 하고 답하니, 장인이 흐뭇해하였다.

그런데 어리석게만 보이던 큰사위가 조용히 운을 떼어, “산이 높은 것이 바윗돌이 버티고 있어서이면 하늘이 높은 것도 바윗돌이 버티고 있어서이며, 소나무가 푸르고 푸른 것이 속이 가득 차 있어서이면 대나무가 푸르고 푸른 것도 속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인가? 길가의 버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이 사람들이 만지고 접촉하기 때문이라면 장모가 키가 크지 못한 것도 사람들이 만지고 접촉하기 때문이며, 장인께서 머리가 벗어진 것이 연세가 많은 까닭이라면 나의 신두(腎頭 : 남자 성기인 귀두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가 벗어진 것도 나이가 많기 때문인가(山之高高撑石故 天之高高撑石故 松之靑靑實中故 竹之靑靑實中故 路柳不長閱人故 丈母不長閱人故 丈人脫頭年滿故 吾閬脫頭年滿故)?” 하고 반박하니, 그 동안 멸시하던 장인과 동서가 놀라고 무안해하였다는 것이다.

이 밖에 위의 네 시구(詩句) 이외에 더 첨가된 것으로, “학이 소리 높이 우는 것은 목이 긴 까닭이다(鶴之高聲長頸故).”라는 작은사위의 시구에 대하여, 큰사위가 “학이 소리 높이 우는 것이 목이 긴 까닭이라면, 개구리(혹은 매미)가 잘 우는 것도 목이 긴 까닭인가(鶴之高聲長頸故 蛙(혹은 蟬)之善鳴亦長頸故)?”라고 반박했다는 변이형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다섯 가지 시구 중 적당히 뽑아 간략하게 구성하기도 하고, 또 몇 가지만 가지고 해학적으로 이야기를 꾸미기도 하여 여러 형태가 유포되고 있다.

이 설화는 중국설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태평광기(太平廣記)』에는 ‘학이 잘 우는 것’, ‘소나무가 푸른 것’, ‘길가의 버들이 매끈하게 자라지 못하는 것’ 등 세 가지로 엮어진 소화가 실려 있고, 『오잡조(五雜俎)』에는 ‘산이 높은 것’, ‘학이 잘 우는 것’, ‘길가의 버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 등으로 만들어진 설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로써 중국 이야기에서 한 번 우리 설화로 완전히 재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다섯 가지 시구를 새롭게 고쳐 나타내고, 단순한 해학이었던 설화를 강한 비판 의식이 담긴 풍자로 표현해 놓은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한문 시구를 이용한 식자층 대상의 설화인데도 끝 구의 노골적인 비어(卑語)표현은 잘난 체하는 계층에 대한 강한 반발로서 평민 의식의 발로로 평가될 수 있다.

참고문헌

『태평광기(太平廣記)』
『오잡조(五雜俎)』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6)
『전북민담』(최래옥, 형설출판사, 1979)
『한중소설설화비교연구』(김현룡, 일지사, 1976)
『조선민족설화의 연구』(손진태, 을유문화사, 1947)
집필자
서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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