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유상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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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한글로 씌여진 작자 미상의 금강산 기행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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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한글로 씌여진 작자 미상의 금강산 기행기록.
내용

금강산 유람기(遊覽記)는 수없이 많으나 한글로 표현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가운데에도 이 작품과 같이 흥미 본위로 기록하여 책으로 만든 것도 드물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천하에 유명한 산 서른 여섯 중에 셋은 조선에 있는데 영주·방장·봉래산이다. 영주는 한라산, 방장은 지리산, 봉래는 금강산이다. 병자 춘삼월 이십 사일에 서너 명이 금강산을 찾아 떠났다.

철원·김화를 지나 관동에서 제일 높은 영인 단발령에 이르니 금강산이 구름같이 벌여 있다. 산의 입구에 있는 큰 절인 장안사에 들러서 푸른 산색과 절을 두루 구경하고, 서산·사명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는 백화암을 살펴본 뒤, 길을 떠났다.

표훈사를 거쳐 정양사에 이르니 층층이 쌓인 바위와 절벽, 깊은 골짜기와 수많은 산봉우리에 녹음이 우거져 있다. 홀성루에 올라보니 일만일천봉이 창을 세운 듯 옥을 깎은 듯 벌여 있다. 금강문을 지나 만폭동을 향하니 반석 위에 글이 있는데, ‘봉래풍악이요 원하동천’이라고 쓰여 있다.

금강산이 사시(四時)로 변하여, 봄에는 봉래, 여름에는 금강, 가을에는 풍악, 겨울에는 개골산이니, 사계절 중에 봄과 가을의 경치가 가장 좋기 때문에 이렇게 썼다.

전후좌우에 폭포소리가 요란하여, 귀가 먹먹하고 눈이 현란한데 이것이 팔담이다. 팔담은 흑룡담·비파담·벽파담 등 모두 이름이 있고, 이 물이 흘러서 만폭동이 되었다. 위에는 보덕암이 공중에 달린 듯 높이 있다.

마하연을 찾아가니 층층이 쌓여 있는 바위는 천년을 누리는 돌부처요, 불조(佛祖 : 부처와 조사(祖師)를 아울러 이르는 말)는 속세에서 온 사람을 조롱하니, 극락세계 아니면 신성스러운 산이다.

동구에 이르니 정쇄암 암자가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고, 세상 티끌이 전혀 없으니 금강산 복판이다. 세조가 머리를 깍은 후 이 절로 공부하러 올 때 세조는 속세의 임금이니 이곳에 올 수 없다고 공중에서 소리가 났다는 곳으로, 성인만이 살 수 있을 곳 같다.

절에서 낙파라는 노승을 만났다. 그는 원래 동래 사람이며 금강에 와 중이 된 뒤, 사십 년간 동구에서 공부한 사람으로 팔십구세에도 근력이 정정하다.

백운대로 향하니 모든 산은 다 아래로 보이고, 하늘이 머리 위에 멀지 않은 듯하다. 상쾌한 마음이 학을 타고 백운간에서 왕래하는 듯하다. 금강수라는 물은 마시면 마음이 깨끗하고, 정신이 상쾌하고 깨끗하여 오랫동안 마시면 환골탈태(換骨奪胎)한다고 한다.

묘길상을 찾아가니 십여 길 절벽에 석가여래의 모습이 새겨져 있고, 영원동으로 가는 길에 황천강이 있다. 또 그 위에 연경대가 있고, 아래에는 흙사굴과 금사굴이 있는데, 음침하다. 한 욕심 많은 부자가 갇혀 있다고 전해 온다.

영원암에 이르니 안산 시왕봉이 붓을 꽂은 듯하고, 봉봉이 이름이 있으며 가지런하고 단엄(端嚴)하여 지부 십대왕이 벌려 선 임금의 행렬 같다. 금강산에서 가장 깊은 태을암을 들른 뒤에 유점사로 향하다가 만경동에 다다르니 층층 암벽이 다 폭포수다.

유점사에 이르니 금강 내외산 중에 제일 명승이고, 번화한 큰 사찰이다. 능인보전을 바라보니 전각도 번화하고 기구도 찬란하다. 채색한 나무 등걸 가지마다 오십삼불을 차례로 앉혔으니, 오십삼불은 본래 서녘 월시국 부처가 그 나라 임금과 금강산 구경왔던 공덕으로 월시왕 사당을 짓고, 화상을 두어 지금껏 기리는 것이다.

법화당 흥성암을 본 뒤 다시 능인보전에 와서 인목왕후 친필과 오색주렴을 보고 신계사로 향하였다. 신계사에서 만세루에 올라보고, 다시 산천의 경치를 구경한 뒤에 이튿날 구룡연을 찾았다. 연주포는 경치가 비할 데 없이 빼어나고 은하수가 드리운 듯하며 무지개가 백리 길에 비끼는 듯하다.

비룡폭·무봉폭은 기운이 금강산에 자욱하고 위에는 팔담이 있어 물이 흘러 구룡연이 되었다. 신령한 기운이 가득한 보광암에 들르고 마타암을 지나 신계사로 돌아왔다.

이튿날 만물초에 도착하니 층층한 돌, 솟아난 바위가 세상 만물의 모양이다. 금강문을 지나니 천지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어 신선이 거처하는 곳 같다.

일만 기둥이 하늘을 받들고, 일천 암석이 공중을 괴어, 선관이 학을 타고 옥경(玉京 : 하늘 위에 옥황상제가 산다고 하는 가상적인 서울)에서 조회하는 모양이다. 금강산 구경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니, 선계(仙界)를 하직하고 다시 인간 속세(俗世)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아무리 거짓을 잘 하는 자라도 많고 많은 경치를 모두 말하기 어려우니, 과연 천하의 괴이하고 경치가 빼어난 명산이다. 사월 십육일 집으로 돌아와 그리운 집안 식구를 만나, 극락세계가 멀리 구할 것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것이라 하니, 모두 옳다 하고 웃지 않는 이가 없다. 이 작품은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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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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