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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당제 / 제물 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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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켜주는 동신에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내는 제사를 지칭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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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마을을 지켜주는 동신에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내는 제사를 지칭하는 용어.
내용

‘동신제(洞神祭)’라고도 한다. 동제를 지내는 목적은 온 마을사람들이 질병과 재앙으로부터 풀려나고 농사가 잘되고 고기가 잘 잡히게 하여 달라고 비는 것이어서, 건강과 풍농·풍어로 집약할 수 있다.

일본인 학자들은 동제를 부락제(部落祭)라고도 하였는데, 이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에 의해서 붙여진 명칭일 뿐, 민간에서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명칭은 ‘동제’ 또는 ‘동신제’이며, 지역에 따라 동신의 구체적인 명칭을 들어 ‘산신제’·‘서낭제’·‘용신제’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또 호남지방에서는 ‘당산제’·‘당제’라고도 하는가 하면, 중부지방에서는 ‘도당굿’, 제주지방에서는 ‘당굿’이라고도 한다.

동제의 역사는 문헌기록을 통하여 『삼국지』 위지 동이전이나 『후한서(後漢書)』 동이전과 같은 문헌 기록을 통해 삼한(三韓)의 제천(祭天) 행사에까지 소급하여 올라갈 수 있다. 이 제천행사는 봄에 씨를 뿌릴 때 하늘에 제사하고, 가을에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나서 하늘에 제사하여 잘 된 농사에 대하여 하늘에 감사하는 국중대회(國中大會)로서, 연일 음주·가무(歌舞)한 것으로 보아 오늘날의 규모가 큰 동제와 비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제의 대상이 되는 신은 대체로 산신·서낭신[城隍神]·토지신(土地神)·용신(龍神)·부군신(府君神)·국수신·천신(天神) 등이 많고, 지역에 따라서는 왕신으로 공민왕신·태조대왕신(이성계)을, 장군신으로 김유신(金庾信)장군신·임경업(林慶業)장군신·남이(南怡)장군신 등을 모시기도 하며, 영남의 동해안지역에서는 골매기신[防谷神]이, 제주도에서는 도깨비신이 동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동제의 시기는 음력 정초에 택일하여 정월 초이틀이나 사흘에 하는 마을이 있고 대보름 첫 시간, 즉 자정에 하는 마을도 있다. 이 밖에도 군왕(君王)이나 장군 등 인신을 동신으로 모신 동신당에서는 그 해당 인물의 탄신일이나 기일에 제를 올리므로 시기가 다를 수 있다.

동제는 ‘산고사’·‘동고사’·‘별신굿’·‘장승제’·‘용궁맞이’·‘풍어제’·‘배서낭굿’ 등 그 지역의 생태적인 조건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치러진다. 그 제의 방법 역시 마을 사람이 제관이 되어 행해지는 경우와 무당과 같은 전문적인 사제자가 참여하여 행해지는 굿 형태가 있다. 중부 지역의 도당굿, 서해안의 풍어제는 무당이 주재하고, 그 밖에 제주도의 당굿 역시 전문적인 사제자인 심방이 주재한다.

내륙에서는 주로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풍농제를, 어촌에서는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제를 지낸다. 별신굿만 하더라도 풍어제로서의 별신굿과 풍농제로서의 별신굿이 각기 있다.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있는 동제는 당제와 당굿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당제는 마을에서 동회를 열어 제관을 선출하여 동신당에 제를 올리는 것이고, 당굿은 대대적인 동제로 무당을 불러다 굿으로 동신에게 제의를 올리는 것이다.

당제는 초헌(初獻)과 아헌(亞獻)·종헌(終獻)의 삼헌과 독축(讀祝)으로 유가의 제례에 준하고, 당굿은 재래의 무속제의인데 당굿으로 동제를 올리는 동신당에도 먼저 당제부터 지내고 당굿을 하여 유가식과 무속이 복합된 이중제의의 형식이 된다.

한편, 동제는 의례를 주재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서 지역마다 형태가 다양하다. 호남 지방에서는 유교식 제례의 형태와 유사한 의례가 일반적이다. 우리 나라 중·북부 지방에서는 무당이 주재하는 굿이 일반적이며, 제주에서도 심방(무당)이 주재하는 당굿이 일반적이다. 한편 동해안에서는 무당의 굿을 하는 마을들과 유교식 의례를 하는 마을들이 혼재한다.

동제는 마을의 생태적인 조건과 직결되기 때문에 의례의 형태가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의 의례들이 다양한 형태들을 포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북 위도의 당제의 경우 원당제와 용왕제로 나뉘는데 원당제는 남성 중심이며 무녀가 굿을 하는데 비해 용왕제는 여성이 중심이 되고 띠배 보내기 등의 바다에 대한 의례가 포함된다. 전남 완도에서는 남성 중심, 마을 유지 중심의 유교식 당제 후에 마을 사람들 전체가 바닷가에서 간단히 상을 차리고 용왕을 흠향(歆饗)시키는 도제를 행한다.

서울, 경기 지역의 도당굿의 경우 마을 유지들이 제관이 되어 제례를 치른 후에 주재자가 무당으로 바뀌고 굿으로 전환된다. 제주도의 포제와 당굿도 비슷한 경우이다. 포제는 남성의 유교식 제례인데 비해 당굿은 심방이 주재하는 굿이다.

동제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① 제일(祭日):2월·10월에 동제를 지내는 곳도 있으나 대체로 정월 14일 밤에 동제를 지낸다.

② 제관(祭官) 선출:동제를 지낼 때는 제를 지내기 3일 또는 7일이나 15일 전에 동회(洞會)를 열어서 마을 사람들의 합의에 의해 제관을 선출한다. 제관은 정결하고 나이가 많은 원로로 생기복덕(生氣福德)을 가려서 2∼4명을 뽑는다. 간략하게 지내는 당제에서는 제관을 한 사람만 뽑는 예도 있으나, 제관의 수는 대체로 제주(祭主, 화주·제만·굿장모라고도 함.) 1인, 축관 1인, 집사(執事) 1인으로 모두 3인을 뽑는다. 2인의 제관을 뽑을 때는 제주 1인과 집사 1인을 선출하여 제주가 축관까지 겸하게 한다.

③ 금기(禁忌):제관으로 뽑힌 사람들은 그날부터 금기에 들어가 집밖의 출입을 제한하고 언행을 조심한다. 어류와 육류를 먹지 않고, 술과 담배를 끊으며, 매일 찬물로 목욕재계하면서 부부가 한방에 들지 않으며, 출입문 밖에는 금줄을 치고 황토를 펴서 외부 사람들의 들어오는 것을 금한다.

한편으로는 제관의 선출이 끝난 즉시 마을의 원로들이 동제당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펴서 잡인들의 출입을 막는다. 마을 입구에도 금줄을 치고 황토를 펴서 부정이 있는 다른 마을의 사람들이나 외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제한한다.

④ 제물(祭物):제주의 집을 도가(都家), 또는 당주(堂主)라 부르기도 하는데, 제수(祭需)는 제주집에서 장만하여 집사가 운반하고 제비(祭費)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추렴한다. 제물은 메·주(酒)·과(果)·포(脯)·탕(湯)·떡(백설기)에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쓰며, 제물을 살 때에는 절대로 값을 깎지 않는다. 제주(祭酒)로 쓰는 술을 ‘조라’라 하는데, 동제를 지내는 신당 부근에 땅을 파고 묻었다가 술을 빚어서 사용한다.

⑤ 제의(祭儀):동젯날이 되면 제관들만 가서 제를 지낸다. 유가식 제례로 하는 경우, 제 당일이면 제관들이 신당 앞에서 제물을 차리고 촛불을 밝힌 다음, 초헌·아헌·종헌을 하고, 독축·소지올리기·음복의 순서로 동제를 마친다. 무당을 데려다 당굿을 할 때에도 이와 같은 절차의 동제를 지내고 나서 행한다. 제관들이 제를 마치고 제물을 거두어 제주집으로 돌아오면, 이튿날 마을 사람들이 제주집으로 모여 회식을 하며 제의 비용을 결산하고 마을 일을 심의한다.

이와 같은 동제는 그 목적이 지역의 생태와 생업에 따라 달라졌다고 하지만 어느 마을에서든지 자신의 생업이 잘 될 것과 마을의 안녕을 빈다. 그래서 동제가 무사하게 이루어지도록 마을 사람 모두 부정을 가리고 금기를 지키며 성스러운 시간과 공간을 설정한다. 이는 원초적인 신앙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동제는 신앙적인 의의가 있다.

다음으로 심적 유대와 단합을 이루는 매개체로서의 의의를 들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이 합동으로 제비를 추렴하고 마을을 수호해 주는 동신에게 제를 올리는데, 이 때 마을 사람들이 함께 부정을 가리며 금기하면서 함께 잘 되기를 빈다. 금기를 어기면 부정이 들어 병이 돌고 마을이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제비의 추렴에도 정성을 쏟는다. 그래서 동제의 금기와 참여 마을 사람들의 심적 유대와 단합을 촉진시키면서 소속감을 공고하게 하는 등의 계기가 된다.

또한 정통성의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동제의 의의를 들 수 있다. 동제는 오랜 역사를 지켜온 것이다. 공동운명체라는 자기 소속감을 다시 확인시켜 과거 조상들이 살아온 본(本)을 이어간다. 이 같은 본은 마을의 구심점이 되어서 생활 모습을 그대로 이어 사회 변동 속에서도 제동 구실을 함으로써 마을의 전통이 사회적 전통성으로 이어진다. 이는 전통 문화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다음으로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의의가 있다. 어느 지역이나 동제를 지내기 전과 지낸 후에 대동회를 연다. 동제 전에 동회에서 마을 사람들이 협의하여 제관을 선출하고 제의 비용을 결정하여 마을 사람들의 의사가 반영된 민주적 방식으로 동제를 지낸다.

또 동제가 끝나면 이튿날 아침에 당주집에 모여 동제에 차렸던 제물을 고루 나누어 먹고 제비를 결산해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밝힌다. 여분이 있으면 마을의 공동 기금으로 적립하거나 마을 공동의 경비로 쓴다. 그래서 동제의 이와 같은 절차는 예부터 전해오는 한국의 전통적인 대동 의결의 민주적 기구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무당이 참여해서 행하는 당굿은 오늘날 현대 축제로 전개되어 강릉단오제나 은산별신제 같은 것은 경제적 의의와 관광적인 의의까지 확대되었다. 오늘날 축제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행해지는 많은 민속 행사들이 애초에는 지역의 신앙 의례였던 동제가 기반이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참고문헌

『삼국지(三國志)』
『후한서(後漢書)』
한국민속학개론(김명자 외, 민속원, 1998)
『한국의 풍어제』(하효길, 대원사, 1998)
『마을신앙의 사회사』(이필영, 웅진출판주식회사,1994)
『동신당』(김태곤, 대원사, 1992)
『한국민간신앙연구』(김태곤, 집문당, 1983)
『한국무속연구』(김태곤, 집문당, 1981)
집필자
김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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