뗀석기 (뗀)

선사문화
개념
구석기시대 돌을 깨서 만든 도구와 그것을 만들며 나오는 부산물.
이칭
이칭
타제석기(打製石器)
내용 요약

뗀석기는 돌을 깨서 만든 도구와 그것을 만들며 나오는 부산물이다. 타제석기(打製石器)라고도 한다. 과거 도구는 사람만이 만들고 사용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침팬지를 비롯한 동물이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알려져 있다. 원숭이도 돌을 깨뜨리기도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사람만이 체계적 방식으로 도구를 만들고 사용한다는 점이다.

정의
구석기시대 돌을 깨서 만든 도구와 그것을 만들며 나오는 부산물.
개설

뗀석기는 흔히 인류 최초의 도구라 일컫기도 하지만 사실 나무 막대기 같은 유기물 도구가 앞섰을 것이다. 뗀석기는 자연적으로 거의 분해되지 않기에 가장 흔한 선사시대 유물로 중요한 고고학 자료가 되었다.

뗀석기[打製石器]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간석기[磨製石器]가 있다. 그러나 이 두 개념은 사실 상호배타적이라 말할 수 없다. 많은 간석기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돌을 떼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제작과 사용의 긴 과정에서 연속적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구석기시대에는 뗀석기, 신석기시대에는 간석기만을 만들고 썼으리란 생각도 잘못이다. 뗀석기가 더 일찍 등장해 진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후기 구석기시대의 여러 유적에서 간석기가 나온다.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유적에서도 많은 뗀석기가 발굴되고 있다.

뗀석기 동정(identification)과 제작 방법

뗀석기는 매우 단순하기에 일반인의 시각으로 사람이 만든 도구인지, 아니면 자연의 힘으로 깨진 것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특성은 뗀석기에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떼어낸 체계적 박리 흔적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한 손에 돌을 들고 다른 돌의 모서리를 내리쳐 깨려면 한 점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떨어져 나온 주1[박편, flake]와 그것이 원래 붙어 있던 몸돌[석핵, core]에는 인지할 만한 해부학적 패턴이 있다.

격지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특성은 타면[타격면, striking platform]이다. 격지가 원래 몸돌에 붙어 있던 부분인 배면(ventral surface)에는 타면 아래에 볼록한 타격혹(bulb of percussion)이 있다. 마찬가지로 몸돌에서 격지가 떨어져 나간 면에는 상대적으로 움푹 파인 흔적이 있기 마련이다.

뗀석기는 발견되는 맥락(context)뿐 아니라 사람이 의도적으로 떼어낸 격지 흔적이 반복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나타난다. 격지를 떼어내 뗀석기 도구를 만드는 방법은 많다. 먼저 돌망치로 떼어내는 방법(hard-hammer technique)과 뿔망치, 곧 무른 망치를 쓰는 방법(soft-hammer technique)이 있다.

뿔망치 기법을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더 정교한 타격이 가능하며 더 길고 얇은 격지를 떼어낼 수 있다. 돌망치든 뿔망치든 직접 가격하는 방법을 직접떼기(direct percussion)라 부르고, 몸돌에 뿔과 같은 매개물을 대고 다시 돌망치나 뿔로 내리치는 방법을 간접떼기(indirect percussion)라 부른다. 돌망치를 써서 몸돌에 내리치는 방법이 뗀석기 제작에서 가장 기본이다.

이 밖에도 바닥에 움직이지 않게 고정한 모룻돌(anvil) 위에 몸돌을 내리쳐 비교적 큰 격지를 떼어내는 방법(direct anvil technique)도 있다.

후기 구석기시대 이르면 석기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뿔과 같은 도구를 몸돌의 한쪽 끝을 눌러 떼는 방법도 보인다. 이렇게 돌날이나 잔돌날[세석인, microblade]을 떼어낼 수도, 격지의 끝을 눌러 잔손질할 수도 있다.

뗀석기를 만들기 위해서, 다시 말해 깨뜨려서 날카로운 날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단단하고 치밀한 재질의 돌감을 골라야 한다. 규암이나 맥석영이 비교적 흔하고, 규질의 응회암이나 셰일, 그리고 흑요석도 정교한 석기를 만드는 데 쓰였다. 지역에 따라 플린트(Flint)나 주2도 널리 쓰였던 돌감이다.

적절한 크기와 생김새의 돌감을 고르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 구석기시대 유물 가운데는 단단한 규암제 자갈을 소재로 만든 주먹도끼와 찍개, 그리고 맥석영으로 만든 여러 격지와 잔손질 석기가 많다.

후기 구석기시대의 더 작고 정교한 돌날과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질의 암석이 필요한데, 규질의 응회암이나 셰일, 그리고 흑요석이 널리 쓰였다. 이런 암석은 주변에 흔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먼 곳에서 들여와야 한다. 특히 흑요석은 현재 백두산 근처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백두산은 중부지방에서만 직선거리로 500㎞, 남부지방에서는 800㎞에 이른다. 이렇게 멀기 때문에 아마도 당시 수렵채집민은 멀리까지 이동하면서 주변 집단과 긴밀히 협조하고 교류하면서 정보와 자원을 나눴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먼 곳으로부터 귀한 돌감도 들어왔을 것이다.

뗀석기의 종류

만드는 방법이 다양한 만큼 뗀석기의 종류도 많다. 먼저 몸돌과 격지가 가장 기본이며, 한쪽이나 양쪽에 돌을 두드려 생긴 우둘투둘한 흔적이 있는 돌망치[망칫돌, hammerstone] 역시 뗀석기의 일종이다. 사실 가장 많은 유물은 뗀석기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부산물이다.

특히 몸돌을 준비하고,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부산물이 나오며, 이 역시 중요한 고고학 자료이다.

몸돌과 격지, 도구는 크기에 따라서, 형태에 따라서, 그리고 사용된 기술에 따라서 여러 종류가 있다.

몸돌은 준비하지 않고, 가능한 대로 격지를 떼어낸 흔적을 지닌 막몸돌(casual core)과 타면을 준비한 몸돌(prepared core)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인 준비된 몸돌은 돌날몸돌인데, 사실 몇몇 사례에서는 특별한 준비 과정 없이도 돌날을 떼어낸 흔적이 남아 있다.

뗀석기 도구의 분류는 관행적으로 크기에 따라 10㎝를 기준으로 대형과 소형으로 나눈다. 대형 석기의 종류 가운데는 주먹도끼(handaxe)를 비롯해 찍개(chopper), 몸돌, 몸돌긁개, 가로날도끼(cleaver), 뾰족끝도끼(pick), 다면구(polyhedron) 같은 것이 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규암 자갈돌을 떼어내 만든 것이 많다. 주먹도끼는 반반한 자갈돌을 골라 직접 주변을 돌아가면서 격지를 떼어내 날카로운 날을 세운 것이 있지만, 먼저 커다란 격지를 떼어낸 다음, 이 격지를 소재로 다시 주변에 작은 격지를 떼어내면서 손질한 것도 있다.

소형 석기의 대부분은 격지를 소재로 잔손질한 것이다. 격지의 한쪽에 잔손질한 긁개(scraper)와 홈날(notch), 톱니날(denticulate) 같은 것에서 격지나 돌날의 한쪽 끝을 정교하게 잔손질한 밀개(endscraper), 끝을 사선으로 떼어낸 새기개(burin), 뾰족하게 만든 뚜르개(awl, borer)와 찌르개(point) 등이 있다.

그런데 사실 여러 유물은 재사용, 재가공의 결과일 수도 있다. 석기 기술은 감쇄 과정(reduction process)이기 때문에 제작과 사용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작아진다. 얼마든지 한 번 쓴 도구를 버리지 않고 다시 날을 잔손질해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있다.

창끝에 찌르개를 매달아 사냥 도구로 쓰다가 다 쓰거나 깨진 유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사냥감을 해체하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러니 석기는 이런 역동적인 인간 행위와 감쇄 과정의 일부이거나 한 단계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뗀석기와 인류문화의 진화

뗀석기의 등장과 변화는 선사시대 인류문화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현재 가장 오래된 석기는 케냐의 롬크위(Lomekwi)에서 확인되었는데, 약 330만 년 전의 유적이다. 기존에 알려졌던 에티오피아의 고나(Gona) 유물군보다 무려 70만 년이나 이르다.

이런 초기 유물은 큼직한 자갈돌을 깨뜨려 만든 몸돌과 격지가 중심인데, 유명한 초기 인류 유적인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고지(Olduvai Gorge) 유적의 이름을 따서 올도완(Oldowan) 전통이라 부른다.

아프리카에서는 약 170만 년 전부터 양면에 격지를 떼어 내 길쭉하게 자르는 날을 세운 주먹도끼(handaxe)와 가로날도끼(cleaver)가 중심인 아슐리안(Acheulean) 전통이 시작되었다.

아슐리안 전통의 존속 기간은 150만 년 가까울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졌다. 약 70만 년 전부터 시작하는 후기 아슐리안 전통에서 주먹도끼는 더욱 얇고 좌우 대칭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석기 기술이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1970년대 말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연천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었고, 이후 여러 유적에서 수습되었다. 주먹도끼는 중국에서도 널리 확인되는데, 광시좡족자치구 보써[百色] 분지에서는 약 80만 년 전까지 올라가는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는 약 25~30만 년 전부터 주먹도끼의 빈도가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격지를 소재로 한 여러 잔손질 도구가 중심인 중기 구석기시대로 접어든다. 이때 몸돌을 마치 거북이 등처럼 돌아가며 먼저 떼어낸 다음 날카로운 격지를 떼어내는, 이른바 르발루아(Levallois) 기법이 유행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격지와 찌르개, 그리고 길이가 너비보다 두 배 이상 큰 돌날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르발루아 기법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먹도끼와 찍개, 다면구를 중심으로 하는 석기군이 약 4만 년 전까지 지속하였다.

의의 및 평가

석기 기술의 진화는 현생인류의 확산과 더불어 꽃을 피운 후기 구석기시대 뗀석기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돌날이 체계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일반 돌날보다 훨씬 작은 세석기가 널리 만들어지고 쓰였다.

돌날은 다시 잔손질해서 밀개나 새기개, 뚜르개로 썼다. 이런 도구는 잘 손질해 나무나 뿔, 뼈를 손잡이로 삼아 더 정교하게 만들어 가죽을 다듬고 구멍을 뚫고, 사냥 도구를 만들었다.

작은 돌날은 나무나 뼈, 뿔에 홈을 파고 박아 넣고 아교로 붙여 날카로운 칼이나 뾰족한 사냥 도구로 만들었다. 이처럼 구석기시대 석기 기술은 오랫동안 매우 느리지만 꾸준히 진화했으며, 그 발전의 속도도 후기 구석기시대에 이르러 더 빨라졌다.

한국의 후기 구석기시대 뗀석기 기술의 특징은 주3와 돌날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른 구석기시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던 규질 응회암이나 셰일 등 정질의 암석을 소재로 다듬어 몸돌을 준비한 다음 길쭉한 돌날을 만들고 이 돌날을 잔손질해 여러 도구를 만든 것이다. 이 가운데 슴베찌르개는 돌날이나 끝이 날카로운 격지를 잔손질해 슴베를 만들어 나무에 끼워 쓰는 창의 일부였던 것으로 보인다.

슴베찌르개는 이후 등장한 세석기와 오랫동안 후기 구석기시대 석기군의 중요한 구성 성분이었다.

구석기시대가 끝날 무렵 찌르개는 매우 작아지고, 양면을 정교하게 잔손질한 유물이 나타난다. 이렇게 뗀석기 기술의 발달은 화살촉의 등장으로 이어졌으며, 청동기시대까지 돌화살촉[석촉]은 널리 쓰였다. 제주 고산리에서는 뗀화살촉[타제석촉]이 1,000점 넘게 수습되었다.

후기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에는 석기의 날 부분과 같은 일정한 부분만을 갈아서 만든 유물이 적지 않다. 돌도끼나 돌낫, 돌칼, 돌화살촉 같은 유물 중 일부가 대표적이다. 신석기시대부터 전면을 갈아 만든 간석기가 등장하였으며, 청동기시대에 들어서면서 대부분 석기가 전면을 갈아서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날카로운 날을 가진 격지와 뗀석기가 일상생활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계속하였다.

참고문헌

단행본

김범철, 성춘택, 천선행 『고고학자가 얘기하는 우리의 선사시대』(중앙문화재연구원 · 진인진, 2021)
성춘택, 『석기고고학』(사회평론, 2017)
국립대구박물관, 『사람과 돌』(통천문화사, 2005)
주석
주1

자갈돌 따위의 몸돌에서 돌 조각을 떼어 내는 방법.

주2

석영 알갱이로 이루어진 치밀하고 단단한 퇴적암. 규산을 함유하고 있으며, 불순물에 따라 검은색 · 회색 · 녹색 · 갈색 · 붉은색 따위로 색조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주3

슴베를 만들어서 창이나 화살 따위에 꽂아서 쓰는 찌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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