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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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문자
개념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뜻하고자 하는 것과는 반대로 말이나 글 등을 표현하는 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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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뜻하고자 하는 것과는 반대로 말이나 글 등을 표현하는 용법.
내용

이와 같은 표현기교가 널리 퍼지면서 하나의 특징적인 수사기교(修辭技巧)가 되자 이것을 반어법(反語法)이라 부르게 되었다.

갑을 말하면서 을을 뜻하며, 비난하기 위해서 칭찬하고, 칭찬하기 위해서 비난하는 것이므로 겉보기에는 속임수 같기도 하고, 시치미를 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청자(聽者)나 독자(讀者)가 겉으로 드러난 의미와 진정으로 의도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드러난 의미를 통하여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 아래에서 사용하는 것이므로 절대로 속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뜻하고자 하는 것의 반대의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거둔다. 따라서, 반어법은 수사법에서의 강조법에 속하게 된다.

일상의 언어표현에서는 “그놈 참 못생겼다.”, “우습지도 않구나.” 같은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잘생긴 어린이나 아주 귀엽고 예쁘게 생긴 어린이를 본 어른이 그 어린이의 부모를 바라보고 웃으면서, “그놈 참 못생겼네요.”라고 말할 때 아무도 표현된 내용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또, 너무 황당하고 웃기는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사람들은 즐겨 “우습지도 않군.” 하면서 기가막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속담에도 반어적 표현이 있다. ‘성부동(姓不同) 남’이라는 속담이 그 좋은 예인데, 이것은 성이 같지 않기 때문에 남[他人]과 다름이 없이 지낸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비록 성은 다르지만 친형제 이상으로 다정한 사이의 두 사람을 부러워하며 칭찬하는 심정으로 두 사람 사이를 표현할 때에 쓰는 말이다.

한편, 반어는 하나의 사건이 풍자적인 모습을 보일 때에도 쓰인다. 가령, 전문적인 소매치기가 침착하게 자기가 늘 하던 일을 진행하고 있는 사이에 자기자신의 주머니가 털리고 있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러한 풍경을 가리켜 ‘반어적 정경(情景)’이라고 한다.

반어는 원래 아이러니(irony)를 번역한 낱말로, 초기 그리스 희극에 고정적으로 나오는 인물 에이론(Eiron)의 행동과 말버릇에 붙였던 에이로네이아(Eironeia)라는 말에서 비롯한다.

그는 과장(誇張)을 통한 속임수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허풍선이 알라존(Alazon)과 늘 맞서는 인물로 등장하였다. 에이론은 패배자요 작고 연약하였지만 재치가 있고 꾀가 많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지식과 힘을 겉으로는 감추면서 자기의 재능을 발휘하여 약자를 괴롭히는 알라존을 언제나 딛고 일어서는 승리자가 되었다.

‘반어’라는 낱말은 이와 같이 겉으로는 실패한 것 같으나 실제로는 성공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사건, 겉으로는 슬픔이지만 실제로는 기쁨이라고 보아야 할 상황을 나타낸다.

따라서, 반어로 쓰인 말은 의도적이거나 무의도적이거나 간에 그 말을 듣는 사람이나 그 말에 관여된 사람에게 모순의 의미를 통하여 이해된다.

우리 문학작품에는 일찍부터 ‘반어’의 표현기법이 폭넓게 활용되어왔다. 신라 향가의 하나인 <처용가 處容歌>는 그 전편(全篇)이 반어적 표현을 기본으로 하여야 이해되는 작품이다.

“동경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니다가/들어 자리를 보니/다리가 넷이어라/둘은 내해었고/둘은 누구핸고/본디 내해다마는/빼앗은 것을 어찌하리오”에서 마지막 두 줄은 ‘원래 나의 것이었지만 이미 빼앗겼으니 할 수 없구나.’라고 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한탄은 역신(疫神)에게 두려움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반어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려가요의 하나인 <가시리>에서 “셜온님 보내옵ᄂᆞ니/가시ᄂᆞᆫᄃᆞᆺ 도셔 오쇼셔”라는 마지막 구절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싶지는 않으나 보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체념어린 표현은 즉시 되돌아올 것을 간청함으로써, 결코 체념할 수만은 없다는 굳은 반어적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인종(忍從)과 체념을 체질처럼 익히고 살아온 사람들은 그 고통스러운 인종과 체념을 정서적으로나마 극복하기 위하여 반어의 표현기교를 자연스럽게 발전시켰을 것이다.

근대시인 김소월(金素月)에 이르러 이 반어적 표현기교는 더욱 원숙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의 시 <원앙침>은 “바드득 이를 갈고/죽어 볼까요/창가에 아롱아롱/달이 비친다.”는 구절로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서 시인은 결코 죽을 수는 없으면서 죽고 싶다는 심정을 ‘죽어 볼까요’라는 반어적 표현을 사용하여 수사적 성공을 거둔다. 대표작 <진달래꽃>에 오면 반어적 수사기교가 절정을 이룬 다음 구절과 만나게 된다.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 구절은 우리 근대시 가운데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반어의 예로서 울지 않겠다는 표현을 통하여 한없이 울겠다는 심정이 유감 없이 나타나 있다.

이러한 반어는 어떤 대상을 비꼬거나 깎아내리거나 폭로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되는데, 이런 경우는 표현의 형식은 반어이지만 뜻하는 것은 풍자로 풀이되는 것이 보통이다.

참고문헌

『문학개론』(박철희, 형설출판사, 1975)
Irony(Muecke,D.C., Methuen & Co.Ltd., 1970)
A Rhetoric of Irony(Booth,W.C.,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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