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전변상도는 중국 북송의 태종이 지은 불교 관계 저술에 첨부된 삽도 형식의 변상도이다. 991년에 20권본이 중국에서 처음 전래되고 11세기에 30권본이 우리나라에서 간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것 중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일본 난젠사와 국내 성암고서박물관에 있다. 비장전의 경문 체재는 오언절구 1,000수인데 법성과 불도 수행을 노래하였다. 난젠사 소장 비장전변상의 수는 모두 23폭이다. 불도 수행처의 한적한 분위기와 심산의 계곡 및 산수를 그려냈다. 이 변상도는 우리나라의 판각술과 함께 고려 산수화 양식을 보여준다.
어제비장전변상(御製祕藏詮變相), 줄여서 비장전이라고도 한다. 983년(성종 2년)에 완성된 20권본과 996년에 이룩된 30권본의 두 종류가 알려져 있다.
우리 나라에는 991년(성종 10년) 한언공(韓彦恭)에 의하여 20권본이 처음으로 전래되었고, 11세기 전기와 후기에 30권본이 간행되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모두 30권본이다.
우리 나라에서 만든 것 가운데 현존하는 것은 일본 경도 난젠사(南禪寺) 소장의 고려 초조본(初雕本) 어제비장전 제1 · 6 · 7 · 13 · 21권과 국내 성암고서박물관(誠庵古書博物館)에 제6권이 소장되어 있다. 난젠사본과 성암본은 같은 고려 초조본이지만 같은 목판은 아니다.
이 밖에 중국의 북송에서 만든 비장전 제13권 등이 미국 하버드대학 포그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산수화풍의 제법 큰 변상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당시 중국과 우리 나라의 불교 회화 및 일반 산수화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경문의 체재는 오언절구 총 1,000수의 시구와 아울러 매 시가마다 전주(箋註)가 붙어 있다. 대체로 그 내용은 진리를 뜻하는 법성(法性)과 불도 수행의 내용을 노래하였다. 전주에서는 본문의 내용을 자세히 풀이하였고, 매양 불경의 내용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변상도의 형식은 주1 40구를 한 분단으로 하여 종래의 권수 변상(卷首變相)과는 성격을 달리하였다. 즉, 권수 변상의 도상적 수법에서 벗어나 제법 본격적인 산수풍의 화법을 구사하였음이 그 특색이다.
난젠사 소장 비장전변상의 수는 권1의 6폭, 권6의 5폭, 권7의 5폭, 권13의 4폭, 권21의 3폭으로 모두 23폭이다. 성암본의 권6의 변상도는 본래 5종 가운데 책머리의 개권 변상(箇卷變相)이 없고 제2 · 3 · 4 · 5도까지 4종만 남아 있다.
이들은 모두 불도 수행처의 한적한 분위기와 심산의 계곡과 산수를 적절하게 표현하였는데 그 필치는 제법 세련되었다. 화법의 구성은 주2 · 주3 · 주4의 3원(遠)이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공간 적용이 효율적으로 처리되어 정확한 묘사력을 구사하였다.
이는 우리 나라의 초조대장경 판각술이 북송본의 복각(覆刻)이라고 주장하는 일설에 대한 좋은 반증이 된다. 그리고 당시 국내의 전본(傳本)으로 판하본(版下本)을 마련하고 판각하였다는 증빙이 되기도 한다.
즉, 고려본 변상도와 북송본 변상도를 비교하면 그 구도와 공간 처리 또는 세부 묘사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고려시대의 대장경 조조 및 변상화 제작은 적어도 11세기경에는 독자적 양식이 적용되었다고 추정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변상도는 11세기 전후의 고려 및 북송의 산수화 양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그림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고려 초기의 회화가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음은 사실이나 이미 고려의 독자적 양식을 추구해 가고 있음을 이 변상도를 통하여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