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판. 274면. 1949년 탐구당서점(探求堂書店)에서 간행하였다. 총 19편의 논문을 3부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Ⅰ부 ‘순수(純粹)의 정체(正體)’에는 5편, Ⅱ부 ‘생활(生活)의 비평(批評)’에는 3편, Ⅲ부 ‘고민(苦悶)하는 지성(知性)’에는 11편이 각각 실려 있다. 광복 당시 국토 분단과 이념 분열의 시기를 같이하여 좌파의 이론을 주도했던 문예비평집의 하나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문학이 문학만을 대상으로 하다간 이른바 순수파가 빠진 그 함정에 빠질 염려가 있는 것이다. 언제나 우리는 현실과 시대와 역사에 부딪치지 않으면 아니 된다.”라고 서문에서 비평의 자세를 밝히고 있다. 대체로 그의 논조는 이념의 도식에 사로잡혀 있고 감정적 반응이 심한 인신공격적 언사를 보이고 있다. 안회남(安懷南)을 논하는 데서도 김동리나 이광수를 비판하는 데서도 그러하다.
한 작품이 작품으로서 존립하는 미적 가치에 관한 타당한 평가는 나타나 있지 않다. 예컨대, 저자는 김동리(金東里)의 순수론과 인간주의 인식을 시대 상황에 비추어 공허한 것으로 보았다. 「무녀도(巫女圖)」를 반항적 정신이 없다고 비판했으며, 「혼구(昏衢)」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비판했으나 좀 더 면밀한 논거가 요구된다.
「혼구」는 주인공 강정우가 돈에 눈이 어두운 학부형 송씨의 잘못에 분개함을 그렸는데, 삶의 자율성의 문제를 주요한 서사적 과제로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서, 이른바 인간주의적 사상이 뒷받침된 작품이다. 그런데 김동석은 사회적 정황에 작가가 민감한 반응은 보이지 않고 오직 인간 개인의 문제만을 순수한 처지에서 창작함은 옳지 않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어떠한 주의나 사상도 인간의 자율적인 삶을 왜곡하고 억압한다면 그것을 타당한 가치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보면 김동석은 「혼구」를 정당하게 평가했다고 볼 수 없다. 이 평론집은 광복기의 비평계에서 좌파의 이론을 격렬하게 주도했던 가장 대표적인 비평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