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6월 『문장(文章)』 5호에 발표되었다. 김명일(金明一)이라는 화가가 일인칭 주인공 서술자로 등장한다.
그는 3년 전에 상처하였고, 그리고 지난봄에 딸 경옥을 학교 기숙사로 들여보냈다.
일정한 직업도 없이 여관을 전전하며 방탕한 떠돌이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주인공 나는 어느 날 만주 하얼빈에서 실업가로 일가를 이룬 옛 친구 이군을 찾아 기차를 탄다. 하얼빈에서 나는 상처 후 한동안 동거한 여인 여옥(如玉)을 만난다. 여옥은 변두리 캬바레 댄서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동경 유학 시절 좌익이론으로 지식 계급에 유명하였던, 여옥의 첫사랑 현혁(玄赫)이 있었다. 아편중독자 현혁을 위하여 여옥은 댄서로 일하고 있었다. 나와 여옥의 사이를 의심하던 현혁이 아편을 마련할 수 있는 돈을 얻자 여옥의 곁을 떠난다. 여옥은 나에게 ‘김명일선생 전’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다.
이 소설은 시대적 현실에 의하여 전락하고 있는 세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있다. 한때 젊은 투사로 사회주의 사상 운동의 지도적 이론가였던 현혁은 감옥 생활 후 자포자기한 마약중독자로 전락하였고, 여옥도 유학생 문학 소녀에서 다방 마담·모델·댄서로 점차 전락하였다.
주인공 나도 아내의 죽음 이후 생의 의욕을 상실하고 점차 방랑하는 방탕아로 전락해왔다. 최명익 소설의 주인공들은 흔히 이 「심문」의 주인공 김명일처럼 현실에 절망하는 무기력함을 보인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현재에 비하여 행복하였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파라다이스를 잃고 이들은 모두 현재에서 실락원의 이방의 삶에 고뇌하고 있다. 역사적·사회적 현실의 악화가 이 같은 양상으로 이 소설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자는 시대적 병리 속에서 고뇌하고, 좌절하는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