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김창흡(金昌翕)이 지은 기행문. ≪삼연집 三淵集≫ 권24에 수록되어 있다. 작자가 강릉에 가 있을 때 오대산을 돌아보고 쓴 기행문으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대산은 생김새가 중후하여 유덕한 군자와 같고, 조금도 경망스럽거나 뾰족하고 날카로운 데가 없으니 이것이 이 산의 한 가지 아름다움이다. 깊은 숲과 높다란 나무는 크기가 한 아름씩이나 되는데, 구름을 덮고 해를 가려 모든 봉우리를 감추고 있어, 청한자(淸寒子:金時習)가 말한 바 ‘풀과 나무가 무성하고 빽빽하여 속자(俗子)들이 드물게 오는 것은 오대산이 제일’이라고 하였다. 암자들이 깊고 고요한 곳에 있어 어디서나 불도를 닦을 수 있으니, 이것이 한 가지 아름다운 점이요, 샘물 맛이 뛰어나게 좋아서 다른 여러 산에서는 보기가 드무니 이것이 이 산의 한 가지 아름다운 점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이 있으니 금강산의 다음이라고 이름지을 만하다. 그러나 그 장점만을 들어 뾰족한 봉우리와 웅장한 폭포와 비교한다면 어느 것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 만일, 내가 여러 산을 두루 본 것을 가지고 말한다면 이 산으로 우두머리를 삼겠으니 더욱 기이하고 다행한 일이다. 산 밖에서 비를 만나 신을 고쳐 신다가 문득 날이 개니 이것이 한 가지 다행한 일이요, 단풍잎의 연한 빛이 알맞아서 볼만하니 이것이 한 가지 다행한 일이요, 외로운 흥을 달랠 길이 없더니 네 사람과 함께 마음껏 놀게 되니 이것이 한 가지 다행한 일이다. 이 산의 아름다움에 나의 아름다움을 합치고 보니 기이하고도 기이하여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작자가 유명한 학자이면서 벼슬을 버리고 한가로이 지내는 처지이므로 자연을 남보다 참되게 엿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수필로서의 가치가 보다 높이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