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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작품
허준(許俊)이 지은 중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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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허준(許俊)이 지은 중편소설.
내용

허준(許俊)이 지은 중편소설. 1946년 ≪대조 大潮≫ 1월호에 발표되었으며, 1946년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에서 같은 제목으로 창작집을 발간하였다. 이 작품은 광복 공간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서, 특히 ‘귀향’의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는 점에서 주목된다.

작품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일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주인공(화자)이 친구 ‘방’이라는 사내와 함께 광복이 되자 만주의 장춘(長春)에서 함경도 회령·청진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인 ‘나’의 귀로에는 광복의 감격도, 고통스러웠던 식민지 체험에 대한 푸념도, 새로운 각오나 희망도 전혀 끼어 들고 있지 않다.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뜻밖의 광복을 맞이하여 거의 무감각하게 무개화차에 올라탔고, 피난민 대열에 휩싸인다. 회령에서 기차를 내렸다가 다시 오르지 못하여 기차를 놓쳐버린 ‘나’는 함께 오던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는데, 용케도 청진으로 가는 트럭을 얻어 타게 된다.

청진에 못 미쳐 작은 마을 어귀에서 트럭을 내린 ‘나’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앉아, 비로소 압박과 고통과 공포의 오랜 습성에서 아직도 광복의 뜻조차 제대로 되뇌지 못한 채 막연한 불안으로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문득 ‘조선이 그처럼 그리울 수 없는 나라’였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자기인식에서부터 그 시선의 상황적 확대가 가능해지자, ‘나’는 식민지 체험과 거기서 벗어나는 과정 사이의 엄청난 간격을 알아차리게 된다. ‘나’는 광복을 맞이한 우리 동포들이 패망한 일본을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고 있는지 주목하게 되는데, 청진에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이 그 반응의 실상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가 되고 있다.

하나는 광복 이후의 시대를 걸머지고 나아갈 소년으로, 일본인들의 거동을 샅샅이 위원회에 고발하며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서 벌떡 일어설지도 모른다’는 일본인에 대한 증오심을 대변하여주는 인물이다.

다른 하나는 청진역 근처에서 국밥을 팔고 있는 노파인데, 이 노파는 일제의 압정으로 아들을 잃어버렸으나 아들과 함께 일본 통치의 비리를 폭로하다가 죽은 일본인을 생각하면서 패망한 일본인들의 거지 행색에 오히려 동정의 눈물을 흘린다.

이 두 사람을 통하여 ‘나’는 광복의 격앙된 흥분 상태와 균형을 잃어버린 증오심을 확인하기도 하고, 패자에게 보내는 동정과 그 밑바닥의 더 큰 비애를 맛보기도 한다. 이 소설의 끝 장면은 주인공이 회령에서 헤어졌던 친구를 다시 만나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청진을 빠져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소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되는 바가 있다. 그 한 가지는 광복 공간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하여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패망한 일본을 심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당시의 흥분과 비애를 동시에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한가지는 이 작품을 통하여 드러나고 있는 작가의식의 문제인데, 그것은 냉정한 자기인식에서 출발하지 않을 경우, 대체로 사이비 애국자로 변신하였던 많은 지식인들의 모습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참고문헌

『한국현대문학사』(김윤식, 일지사, 1976)
『한국근대문학과 시대정신』(권영민 문예출판사, 1983)
집필자
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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