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생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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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李箱)이 지은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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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이상(李箱)이 지은 단편소설.
내용

이상(李箱)이 지은 단편소설. 1937년 ≪조광 朝光≫ 5월호에 발표되었다. 이상(李箱)이라는 작가 실명(實名)의 주인공 서술자가 등장하는 고백체 소설이다.

이상의 죽음의 인식 및 죽음의 예감이 서술의 심층을 이룬다. ‘악건강’인 데다 ‘자의식적’ 냉소주의 지식 청년 이상은 어느 날 바람둥이 소녀 정희(貞姬)로부터 R과 S와 모두 헤어졌으니 3월 3일 오후 2시에 만나자는 속달 편지를 받는다.

편지에는 또 하루라도 빨리 이상의 전용(專用)이 되고 싶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그날 그 시각에 만난 두 사람은 흥천사로 간다. 예쁜 정희는 14세에 이미 매춘을 시작한 여자이고, 이상은 14세 미만에 수채화를 그린 재주꾼이다.

흥천사의 구석방에서 이상은 정희와 정사(情事)를 시도하나 실패한다. 패배감에 빠진 이상은 구토하는 등,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다가 정희는 스커트에서 S에게서 온 편지를 떨어뜨린다.

편지에는 S에게 정희가 하루라도 바삐 정희를 S 혼자만의 것으로 만들어달라고 한 말을 잊지 않으며, 같은 날(3월 3일) 오후 8시에 만나자는 사연이 적혀 있다. 속았다는 배신감 속에 이상은 혼도한다. 다시 깨어났을 때 8시가 지나 있었고 정희는 물론 S를 만나러 가고 없다. 26세의 노옹(老翁) 이상은 종생하나 종생기는 계속된다.

부정(不貞)과 배신을 일삼는 여자를 사랑하는 주인공의 현재의 모습과 어두운 개인사(個人史)가 교차하면서 극히 자학적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일본에서 집필되었다. 두 남녀가 만나는 때로 설정된 3월 3일이라는 신화적 시간의 상징인 부활을 꿈꾸는 정희와 종생으로 가고 있는 이상의 상반된 의식이 작품 전편(全篇)에 걸쳐 대비되어 있다.

‘나’·‘그’·‘이상(李箱)’으로 표현되는 자아분열 현상이나 자의식의 과잉은 자아해체의 한 방도이다. 자살하고 싶다는 충동에서 묘비명까지 작성하지만 자살 그 역시 관념의 유희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주인공의 삶이 마감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존재의 지속은 유희이고 동시에 자기해체이다.

그러나 권태로 규정되는 일상적 시간의 세계에 유폐된 자신을 죽음을 통하여 해방시키려는 의도는 경험 세계에서 유희일 수밖에 없는 그러한 행위가 바로 분열된 자아의 존재 확인임을 암시하고 있다.

즉, ‘나’의 시간으로부터의 탈주인 죽음은 외견상으로는 정희의 재생 의지와 상반되는 듯이 보이지만, 그 종생이야말로 진정한 삶으로 가는 출구이다.

자기 구제의 길의 제시에도 불구하고 죽음마저도 유희의 영역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었던 당대 젊은 지식인의 암울한 초상이 실측으로보다 더 짙은 음영으로 드러나 보이는 작품이다.

참고문헌

『현대소설사』(이재선, 홍성사, 1979)
『이상(李箱)』(김용직 편, 지학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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