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중기에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표(表). 작자의 문집 ≪동국이상국집≫ 제28권에 수록되어 전한다. 표는 제왕(帝王)에게 소회(所懷)를 적어올리는 글로, 이 글은 몽고왕에게 고려에 대한 몽고의 여러가지 무리한 요구와 억압에 대하여 이쪽의 정상(情狀)이 참혹함을 들어 너그러운 조처를 간구하는 내용이다.
“조지(詔旨)에 언급한, 병사를 더 내어 만노(萬奴)를 토벌하라는 일은 이 구석진 곳에 있는 소국이, 더구나 대군이 지난 뒤라 남은 백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산 자도 오히려 상이(傷痍)의 나머지인데다가 굶주림과 질병으로 인하여 다 죽어버렸나이다. 그러므로 천병(天兵)을 도울 만한 힘이 없사와 어쩔 수 없이 황제의 명을 어기게 되었으니, 그 죄는 비록 회피할 수 없으나 그 정상을 용서받음직하옵니다.” 이규보는 고려가 처하였던 몽고의 침략과 강압적 요구를 간절한 외교문서를 작성하여 누그러뜨렸는데, 실제로 몽고와의 어려운 교섭의 글은 거의 모두 그의 손에서 지어져 국가의 보전에 일익을 담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