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1954년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에서 간행하였다. 작자의 제5시집으로 1955년 제2회 자유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체재는 7부로 나누어 편성하고 있고 책의 말미에는 저자의 후기가 있다.
1부 ‘강(江)물은 흘러간다’에 「설중화송(雪中花頌)」·「연기(煙氣)」 등 11편, 2부 ‘아가의 꿈’에 「아가의 말」·「답설부(踏雪賦)」 등 6편, 3부 ‘암흑과 함께’에 「술회」·「패강부(浿江賦)」 등 12편, 4부 ‘진주만’에 「진주만」·「만가」 등 10편, 5부 ‘새 나라의 구도’에 「새 나라의 구도」·「새 나라의 환상」 등 3편, 6부 ‘정원기(庭園記) Ⅰ’에 「오랑캐꽃」·「접중화」 등 8편, 7부 ‘정원기(庭園記) Ⅱ’에 「수양(垂楊)」·「정원행(庭園行)」 등 6편, 모두 5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시집 후기에 밝혀져 있듯이, 이 책의 시편들은 김동명이 1945년에서 1947년 봄까지 함경남도 서호진(西湖津)에 있을 때 쓴 것이다. 1930년에 간행된 첫 시집 『나의 거문고』와 1938년 간행된 『파초(芭蕉)』 등 김동명의 초기 시에서 보인 전원적인 소재와 향수와 비애의식을 바탕으로 한 서정성에서 전환하여 정치와 사회 현실에 대한 저자의 관심이 짙게 투영된 것을 특색으로 들 수 있다.
일본의 패망과 함께 되찾은 조국, 8·15광복의 민족적 감격과 환희, 그리고 새 나라 건설을 위한 희망찬 설계를 노래하고 있다. 특히, 「진주만」·「미뜨웨이」·「산호해」·「꽈달칼날도」·「라바울」·「사이판」·「비율빈」·「충승(沖繩)」·「동경」·「만가」 등으로 이어지는 ‘진주만’의 시편들은 제2차 세계대전과 일본 패망의 역사를 노래한 것이다.
“아득히 감람(紺藍) 물결 위에 뜬/한포기 수련화(睡蓮花)”로 시작되는 「진주만」에서 “아아 여인이여, 돌아가자, 네 옛 서울 ‘사비’의 고성(古城)으로― 눈물로 마음을 닦어 새 아츰을 기다리리!”로 끝나는 「만가」의 마지막 행까지 일제치하에서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픔과 쓰라림을 노래하고 있다. 이런 주제의식은 조국을 잃은 민족적 비운을 파초에 의지하여 부른 초기 시 「파초」에 나타난 민족 관념과 맥락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