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14면. 1941년 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발행하였다. 서두에 백석(白石)의 「호박꽃 초롱 서시(序詩)」가 있다.
작품을 5부로 나누어 ‘호박꽃 초롱’에 9편, ‘모래알’에 12편, ‘조그만 하늘’에 12편, ‘돌멩이’에 2편으로 모두 35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중에서 「닭」·「보슬비의 속삭임」·「호박꽃 초롱」·「따리아」·「언덕길」·「잠자리」·「조그만 하늘」 등이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 수록된 동시들은 한결같이 살아 움직이는 리듬감과 직관적인 표현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또한 이상주의적 기조 위에서 자연과의 동화 또는 몰입의 자세와 함께 현실에 대한 밝고 건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닭」이나 「호박꽃 초롱」·「보슬비의 속삭임」 등에서 보이듯이, 전형적인 음수율에 구애됨이 없이 고도의 시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은 강소천의 예술적 재능을 말해준다. 「달밤」이나 「봄비」에서는 관조와 사색의 깊이를 보여주었고, 「조그만 하늘」에서는 종래의 동시·동요에 대한 통념을 넘어선 뚜렷한 개성을 표현하였다.
맨 끝에 실린 「돌멩이」Ⅰ·Ⅱ는 산문이다. 이것은 민족적 고난과 비애를 상징한 내용으로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돌멩이와의 감정이입을 자연스럽게 동화시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동화인데, 산문이면서도 시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풍겨준다. 그런 뜻에서 강소천은 이 작품들을 자신의 시집 속에 포함시킨 것 같고, 이 「돌멩이」Ⅰ·Ⅱ에서 보여준 동화정신이 바탕이 되어 이후 100여 편의 동화 또는 소년소설을 낳게 된다.
신문학 이후 조국 광복에 이르기까지 발간된 두 권의 동시집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호박꽃 초롱』이다. 이는 우리 아동문학의 개척자인 윤석중(尹石重)의 영역을 더욱 확충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것은 초기의 가창동요(歌唱童謠)의 인습적 형식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세계를 구축하여 동시문학의 본질을 제시하였다. 우리 문학사상 시다운 동시의 출발은 이 『호박꽃 초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동시집은 강소천이 1930년 문단에 등단한 이래 10여 년간 발표한 작품들을 모은 것인데, 일제 말기의 발악적인 국어말살정책 밑에서 우리말 우리글로 된 창작 동시집을 내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이 지니는 문학사적 의미는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