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6월 12일에 보물로 지정되었다. 3종(種) 7첩(帖). 소장된 사경은 다음과 같다.
① 백지묵서부모은중경 부 불설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白紙墨書父母恩重經 附 佛說長壽滅罪護諸童子陀羅尼經)으로 우리나라 전통 종이의 하나인 장지(壯紙: 두껍고 질기다)에 먹으로 쓴 부모은중경과 불설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이다.
첩장본 1첩. 이 사경은 권말의 시주질(施主秩: 시주한 사람의 명단)를 보면 조선초기 태종의 둘째아들인 효령대군이 그의 부인 예성부부인 정씨(蘂城府夫人鄭氏)와 그의 아들들이 함께 시주하여 이루어진 사경임을 알 수 있다.
필사한 연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시주질에 나오는 효령대군의 셋째아들 보성군(寶城君)이 1441년에 군(君)으로 책봉되었고, 효령대군이 1486년에 입적하였으므로, 이 사경의 사성 연대는 1441년에서 1486년 사이에 사성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를 크게 10가지로 나누어 설하고, 은혜를 갚기 위해 우란분 공양을 행하며 이 경전을 서사하고 독송할 것을 권하는 내용의 유교적으로 변용된 불교경전이다.
이 경전은 고려 말 필사본과 목판본이 여러 종 전래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유통된 『부모은중경』은 다른 경전과는 달리 각 내용에 따른 삽화가 곁들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표지는 감색 바탕에 금니·은니의 보상화문(寶相華文: 연꽃무늬)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 가운데에는 금니로 학립사횡(鶴立蛇橫: 경전 표지에 찍는 2개의 점. 그 책이 경전임을 표지함) 표시와 함께 『부모은중장수태골경합부(父母恩重長壽胎骨經合部)』라는 표시가 적혀 있다.
부모은중경의 권머리에는 묵서의 변상도(變相圖: 불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린 그림)가 묘사되어 있고, 부모님의 은혜에 관한 삽화가 각 내용마다 실려 있다. 합철된 장수멸죄경에도 권수에는 변상도가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그 뒷면에 묵서(墨書)로 광덕사(廣德寺)라고 쓴 지기(識記: 글쓴이 혹은 소장자의 표시)가 있다.
이 사경은 조선 초기의 왕실 어른으로 간경도감의 국역 불경사업을 위시하여 불교진흥에 커다란 역할을 한 효령대군이 관련된 조선 초기 왕실의 불교신앙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② 백지묵서묘법연화경(白紙墨書妙法蓮華經)으로 장지에 먹으로 쓴 묘법연화경이다.
5권(권1·권3·권5·권6·권7) 5첩. 첩장본(帖裝本). 이 사경은 사성기가 없어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으나, 권수의 금니 변상과 정성스런 본문 글씨 등에서 나타난 품격으로 보아 고려 전성기의 사경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고려시대 사경의 품격을 이은 조선 초기의 사경으로 추정된다.
표지는 권1 외에는 모두 금색 비단으로 된 원래의 표지가 남아 있다. 표지에 붙어 있던 제첨(題簽: 제목을 종이에 써서 표지에 붙인 것)은 탈락되고, 그 자국만 뚜렷이 남아 있다.
각권 권머리에는 금니의 변상도(크기는 세로 28.6㎝, 가로 65.5㎝)가 있고, 그 뒷면에는 묵서로 광덕사라고 쓴 지기가 있다.
③ 백지묵서불설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 부 대승기신론(白紙墨書佛說長壽滅罪護諸童子陀羅尼經 附 大乘起信論)으로 장지에 먹으로 쓴 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이다.
2권 1첩. 첩장본. 이 사경은 현존하는 사경 가운데 규격이 세로 55.5㎝, 가로 18.7㎝인 가장 큰 사경 중 하나이다. 두꺼운 백지에 먹으로 쓴 규격이 큰 사경은 조선시대 사경의 전형적인 패턴을 이루고 있다. 이 사경은 뒷면에 변상도와 함께 대승기신론이 필사되어 있다.
변상도와 함께 대승기신론이 필사되었음은 매우 특이한 예로, 이 역시 공덕경으로 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성기가 없어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으나 변상도와 본문 글씨 등을 종합해 볼 때 조선시대 초기의 사경으로 추정된다.
조선 전기의 불교진흥에 큰 역할을 했던 효령대군의 불교신앙을 살펴볼 수 있으며, 불교문화사 및 서지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