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일집 ()

구일집
구일집
과학기술
문헌
조선후기 수학자 홍정하가 동양의 여러 수학서의 해법을 정리하고 응용하여 1724년에 저술한 수학서.
정의
조선후기 수학자 홍정하가 동양의 여러 수학서의 해법을 정리하고 응용하여 1724년에 저술한 수학서.
개설

조선의 위대한 수학자로 추앙받는 홍정하(洪正夏, 1684∼미상)의 업적이다. 천원술(天元術: 일차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동양 전래의 계산법)을 이용한 방정식의 구성과 증승개방법(增乘開方法: 다항방정식의 근사해를 얻는 방법)을 통한 방정식의 해법으로 조선의 방정식론을 완결하였다. 최소공배수에 관한 수론, 구고술, 퇴타술, 기하 문제 등에 대하여 구조적으로 문제를 구성하여 이론과 응용을 동시에 해결하였다. 천문학과 율려(律呂)를 정리하고 청의 수학자 하국주(何國柱)와의 대담으로 당시중국의 방정식론보다 홍정하가 앞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편찬/발간 경위

홍정하는 호조(戶曹)의 말단직인 종9품 회사(繪史)로 근무하였지만 17세기 중엽부터 조선에 들어온 서양수학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다만 그가 연구한 산서는『양휘산법(楊輝算法)』(1274∼1275), 주세걸(朱世傑)의 『산학계몽(算學啓蒙)』(1299), 안지제(安止齊)의『상명산법(詳明算法)』(1373), 정대위(程大位)의『산법통종(算法統宗)』(1592)이었다. 이 외에도 그의 외할아버지의 동생인 경선징(慶善徵, 1616∼?)의『묵사집산법(黙思集算法)』도 함께 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일집』은 범례를 포함하여 9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9권의 경우 첫 부분에 천문학에 관한 것을 기술하면서 중성도(中星圖)를 포함시켰는데 이를 ‘금갑진(今甲辰)’이라 하였다. 또한 원(元)인종(仁宗)의 연호인 ‘연우(延祐, 1314∼1320) 원년 갑인년부터 현재 갑진년까지 411년’이라는 기록을 통해 『구일집』이 1724년에 완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국주(河國柱)와 1713년에 대담한 기록도 제9권에 들어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처음 8권은 1713년 이전에 이미 저술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조선의 산서로 1713년 이전에 출판된 것은 천원술을 취급하지 않은『묵사집산법』과 박율(朴繘, 1621∼1668)의『산학원본(算學原本)』(1700)이다. 이들을 보완하고 앞에서 서술한 중국의 산서를 철저히 분석한 후 얻어낸 결과들을 구조적으로 정리하여 기술한 책이 『구일집』이다. 1권부터 8권까지 모두 20문(門), 493문(問)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 개의 문(門)은「개방각술문(開放各術門)」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18개의 문이다.

2차 이상의 방정식의 취급은 제4권부터 시작하지만 제5권 「구고호은문(句股互隱門)」(78문)과 제6·7·8권의「개방각술문」(166문)을 통해 저자가『구일집』을 저술한 동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중국은 천원술이 잊혀진 상태이므로 방정식의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수리정온(數理精薀)』(1723)의 차근방(借根方:유럽계의 방정식)은 『산학계몽』에 들어 있는 천원술과 같이 음수 지수를 취급하지 않았다.

홍정하는 음수 지수를 사용하는 천원술을 사용하여 방정식을 구성하여 당시의 중국 산서들과 비교하여 가장 뛰어난 업적을 얻어냈다. 그러나 19세기 중엽 이상혁(李尙爀)과 남병길(南秉吉)이『구일집』의 업적을 인식하기 전까지 중인 산학자에게만 영향을 주어 그의 업적은 100여년 동안 조선 산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

내용

책머리에 넣은 범례는『산법통종』의 3·7 차분부터 시작한다. 즉 1128563942개의 항 1128563943을 1128563944의 비(比)로 배분하는 문제이다. 명승방식은 가헌 삼각형(파스칼, Pascal 삼각형)의 조립제법을 써서 아래와 같이 구한 것이다. 1128563945의 1128563946을 조립제법으로 구하여, 1128563947(1128563948)을 얻었다. 1128563949인 경우 이 방법은 양휘의『상해구장산법(詳解九章算法)』(1261)의 실전된 소광장에 가헌의 삼각형과 함께 들어있었다. 홍정하는 1128563950의 계수(係數)에 대해서도 ‘개방구렴율정부지도’라 하여 12차까지 들었는데 이는 홍정하가 전통적 개방법과 증승개방법을 완벽하게 이해하였음을 나타낸다.

제1권부터 제8권까지 들어 있는 문의 제목은 거의『산학계몽』에서 인용하였다.『산학계몽』의 순서를 무시하고 저자가 다시 배열하였다. 홍정하의 목적은 방정식론에 있으므로 독자의 수준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가정하고 저술하였다.

제1권의 첫 번째 문인 「종횡승제문(縱橫乘除門)」은 독자가 이미 사칙연산에 익숙한 것으로 가정하여 정도 높은 응용문제만 다루었다.「이승동제문(異乘同除門)」, 「전무형단문(田畝形段門)」, 「절변호차문(折變互差門)」, 「상공수축문(商功修築門)」도 제1권에 함께 넣었다.

「귀천차분문(貴賤差分門)」, 「차등균배문(差等均配門)」, 「귀천반율문(貴賤反率門)」으로 이루어진 제2권에 속미(粟米), 최분(衰分), 균수(均輸) 등의 문제를 다루었다. 동양 수학에서 최대공약수는 구하는데 최소공배수는 구장산술 소광장에 약간의 오류를 포함하여 취급되었지만 이후에 잊혀지게 되었다. 통분은 모든 분모를 곱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두 자연수 1128563951의 최대공약수 1128563952와 최소공배수 1128563953에 대하여 1128563954에서, 1128563955(1128563956가 서로 소)를 일반화하여, 1128563957의 최소공배수 1128563958도 1128563959, 1128563960의 최대공약수가 1128563961인 것을 인지하여 최소공배수를 구하였다. 홍정하가 최소공배수를 완벽하게 정리한 이 이론은 동양 수학에서 유일한 것이다.

「지분제동문(支分齊同門)」, 「물부지총문(物不知總門)」, 「영부족술문(盈不足術門)」을 다룬 것이 제3권이다. 「물부지총문」은 손자 문제인 연립합동식을 다루고, 「영부족술문」은 쌍투영육법도 포함하고 있다.

제4권의 「방정정부문(方程正負門)」의 마지막 두 문제는『산학계몽』의 구고술(勾股述, 이칭 피타고라스의 정리) 문제인데 잘못 바꾸어 놓았다. 부피 문제를 다룬「구척해은문(毬隻解隱門)」, 「창돈적속문(倉囤積粟門)」, 유한급수론인 「부병퇴타문」에서 천원술로 방정식을 구성하고 증승개방법을 사용하여 해를 구하였다.

제5권의 「구고호은문(句股互隱門)」은 직각삼각형의 풀이로 가능한 모든 조건을 상정하여 전통적인 방법과 천원술을 이용하여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또한 『양휘산법』에 들어 있는 해도문제를 취급하는데 양휘의 증명은 생략하였다.

제6권의 「개방각술문」은 제곱근부터 5승근을 구하는 법부터 시작하였다. 직각삼각형을 포함하는 평면도형의 넓이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였으며 양휘가 인용한 유익의 감종개방법이 들어있다.

제7권은 여러 평면 도형의 넓이와 사각뿔대, 원뿔대의 부피에 관한 방정식을 다루고, 제8권은 여러 입체부터 10차원 정다면체의 부피에 관한 문제를 주고 방정식을 구성하였다.

제9권은 잡록으로 간단한 천문학과 전술한 중성도를 다루는데 동진(東晋)의 우희(虞喜, 4세기), 하승천(何承天, 3701128563962447),『황극력(皇極曆)』의 저자 유작(劉焯, 5441128563963610)만 언급하고, 율려도 함께 다루고 있다.

하국주와의 대담에 들어 있는 원에 내접하는 정오각형의 변과 넓이를 구하는 문제는『수리정온』하편 16권, 22권에 들어 있다. 홍정하는 원에 내접하는 정오각형의 넓이를 원의 넓이의 1128563964로 보고 해결하고 하국주는 삼각함수표를 사용하여 풀 수 있다고 하였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에 대한 홍정하의 해법은 모두 정확하고 하국주에게 새로운 것이었다.

의의와 평가

『구일집』은 동양의 여러 수학서의 해법을 정리하고 새롭게 응용하였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 수학서이다. 먼저,『산학계몽』의 천원술에서 음수 지수를 포함하는 천원술과 함께 무리식을 포함하는 고차연립방정식에서 방정식을 구성하여 『집고연단(緝古演段)』의 문제를 포함하는 구고술, 도형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또한,『양휘산법』에 들어 있는 일반 2차방정식의 해법에서 증승개방법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개방법을 얻어냈다. 한편, 『산법통종』에 인용된 양휘의 10차 마방진의 오류를 고쳐 제대로 된 10차 마방진을 얻어내기도 하였다. 최소공배수에 관한 수론은 현재도 사용할 수 있는 이론이며 문제의 배열을 보면 수학에 대한 그의 구조적이며 엄밀한 태도를 알 수 있다.

참고문헌

『신편산학계몽주해(新編算學啓蒙註解)』
「한국과학기술사자료대계」(김용운,『수학편』1-10, 여강출판사, 1985)
『中國歷代算學集成』(靖玉樹, 山東人民出版社, 1994)
『구수략(九數略)』
『산학계몽(算學啓蒙)』
『한국수학사』(김용운·김용국, 과학과 인간사,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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