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68면. 1948년 선문사(宣文社)에서 발간하였다.
작자의 두 번째 시집으로 4부로 나뉘어 총 24편의 시가 실려 있으며, 김동리(金東里)의 발문이 붙어 있다. 제1부에 「밀어(密語)」·「거북이에게」·「무제(無題)」·「꽃」·「혁명」 등 8편, 제2부에 「귀촉도」·「문열어라 정도령아」·「목화(木花)」·「누님의 집」·「푸르른 날」 등 8편이 실려 있다.
제3부에는 「소곡(小曲)」·「행진곡」·「민들레꽃」·「만주에서」·「밤이 깊으면」 등 7편, 제4부에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1편이 각각 실려 있다.
이 시집의 특징은, 첫 시집 『화사집(花蛇集)』에서 ‘고열한 생명에의 탐구’나 ‘수형(受刑)의 아픔을 노래한 것’과는 달리, 이로부터 벗어나 찬찬히 자기 자리를 확인해보고 자기를 다스려나가는 조용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즉, 서정주는 이 시집을 통해 원죄의 형벌에서 몰락하지 않고 다시 살아나는 재생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시에, 한국인의 심정의 원형 혹은 이상형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 시로서 「귀촉도」를 들 수 있는데, 이 작품은 동양적 한(恨), 혹은 한국적 한의 정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우리 심정의 거울로서 귀촉도를 노래하고 있으며, 이루지 못하고 행하지 못한 일들을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라는 표현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로 볼 때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하여 울분이나 저돌(猪突)의 장(場)으로부터, 확인이나 모색의 장으로 돌아와 다음 장으로 도약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