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사기(古事記)』에 보면 백제의 조고왕(照古王)이 수말 한필과 암말 두필을 왜(倭)에 가는 아지길사(阿知吉師)를 통해 보내고, 따로 횡도(橫刀) 및 대경(大鏡)을 보내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백제에 현인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왜왕이 요청하자, 화이길사(和邇吉師)가 『논어』열권과 『천자문』한권을 가지고 왔다고 한다. 이 기록에서의 조고왕은 근초고왕을 가리키며, 아지길사와 화이길사는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나오는 아직기(阿直岐)와 왕인(王仁)을 말한다.
그런데 아지길사와 화이길사의 ‘길사’는 『고사기』에서 ‘kici’로 훈독(訓讀)하고 있는데, 이는 ‘대군(大君)’의 뜻으로서 백제왕을 호칭하는 『주서(周書)』 백제전에서의 ‘건길지(鞬吉支)’의 ‘길지(吉支)’, 『일본서기』에서의 ‘konikisi’ 또는 ‘kokisi’의 ‘kisi’와 같은 어원어(語源語)이다.
‘건’, ‘koni’, ‘ko’는 ‘대(大)’의 뜻인 ‘큰’에 해당한다.
이 밖에 길사(kici)는 신라의 왕명인 거서간(居西干)의 ‘거서(kyesye∼kese)’와 신라관등의 제14급인 ‘길사(吉士)’와도 같은 어원어로 생각된다. 그런데 아직기와 왕인에게 붙여진 ‘길사’라는 호칭은 왕이라는 뜻보다는 귀인 또는 대인의 뜻으로 한정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