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94면. 1956년 자유세계사에서 간행되었다. 작자의 세 번째 시집으로 모두 28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현대문화에 대한 혐오증을 지닌 작자가 1950년대 전원적인 세검정의 과수원을 경영할 때 쓴 시들이다.
맨 앞에 실린 「창세기초(創世記艸)」를 비롯하여, 「산림경제(山林經濟)」·「신라소묘」·「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양생명(養生銘)」·「동양의 산맥」·「자하문 밖」의 시들은 젊은 혈기가 넘치고 원색적인 감수성을 동양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내비치고 있다. 한편, 한시의 영향이 깊게 깔려 있어 반속적(反俗的)이고 반문명적인 사상경향을 크게 드러내고 있다.
「소부허유전(巢父許由傳)」·「귀거래사(歸去來辭)」·「서호(西湖) 옛 풍류(風流)」·「무(無)에 대하여」·「고로(古老)의 서정(敍情)」·「소상야우(瀟湘夜雨)」 등에는 뛰어난 동양적 예지와 함께 사람이 모든 욕심에서 벗어났을 때의 경지를 읊고 있어, 담담하면서도 고결한 시세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대표시로서 「다시 광야에」·「해일서장(海溢序章)」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사행시 형식의 시로 「궁아(宮娥)의 노래」·「돌이나 되자」·「흐르는 시냇가에서는」·「삶이 하그리」·「그리움으로」·「풀벌레」 등이 시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