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작자의 첫 번째 시조집으로, 1932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간행하였다. 1933년에 재판, 1937년에 3판, 그 이듬해에 4판이 나왔다.
제자(題字)는 서항석(徐恒錫)이, 표지그림과 장정은 이상범(李象範)이 했다. 첫머리에 작자의 자서(自序)에 이어 모두 112편 282수의 시조가 8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제1부는 ‘가는 곳마다’로 13편 36수, 제2부는 ‘흐르는 불빛’으로 12편 17수, 제3부는 ‘달아래 서서’로 12편 34수, 제4부는 ‘쓸쓸한 그날’로 8편 27수, 제5부는 ‘꿈은 지나가고’로 9편 25수, 제6부는 ‘송도 노래’로 11편 30수, 제7부는 ‘금강행’으로 41편 101수, 제8부는 ‘양장시조 시작편’으로 6편 12수가 각각 수록되어 있다.
전체 시조의 반수 이상이 국내의 명승고적지를 찾은 회고적 감회를 노래했는데, 그 중 제1·6·7부의 시조는 조국애와 국토애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시조 작품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밖의 작품에는 인생과 자연과 생활에 대한 감회를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집의 기사형식(記寫形式)은 모두 3행으로 되어 있고, 특히 양장시조(兩章時調)를 시작(試作)한 점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장시조는 한 수도 보이지 않는다.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1923년에서 1932년 사이에 창작된 것들인데, 이 시기 작자의 작품 경향은 상당히 기교적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봄처녀」·「십이폭」·「금강귀로」를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1953년까지 계속된다. 또한, 재치가 있고 음악성이 짙은 작품으로서 「봄처녀」·「성불사의 밤」·「가고파」 등이 가곡으로 작곡되어 널리 불리고 있다. 이 작품집은 대표적인 기교 작가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시조집이라 할 수 있다.
문학적이며 시적인 경지를 개척해보려는 작자의 노력이 경주(傾注)된 시조집으로, 시조를 옛시조 같은 음풍농월(吟風弄月)의 경지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현대시조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