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높이 2.65m. 대흥사 일주문을 지나면, 오른쪽 산기슭 아래에 부도전이 자리하고 있다. 청허당(淸虛堂) 서산대사 휴정(休靜, 1520∼1604)의 유골을 봉안한 이 승탑은 부도전의 30여기 승탑 가운데 맨 뒤쪽 열의 중간 쯤에 위치하고 있다.
이 승탑은 8각당(八角堂)의 모습으로, 부도전의 승탑 중에 조각 수법이 가장 뛰어나다. 약간 다듬은 바닥돌 위에는 아래받침돌, 가운데받침돌, 윗받침돌이 차례로 올려져 있고, 그 위로 몸돌과 지붕돌, 상륜부 등이 놓여 있다.
아래받침돌은 제법 넓은 편인데, 단면은 8각이다. 옆면에는 안상(眼象) 대신 당초(唐草) 무늬가 새겨져 있고, 윗면은 하나의 꽃잎이 아래로 향한 복련(覆蓮)의 연꽃 무늬 8개를 둘러 장식하였다. 단면이 8각인 가운데받침돌에는 앞뒤와 좌우의 4면에 연꽃 무늬가 조각되었고, 나머지 4면의 가운데에는 사자·코끼리 등의 동물이 돋을새김되어 있다. 특히 동물들은 앞다리를 들고서 힘겹게 윗받침돌을 받치는 것처럼 묘사되었다. 윗받침돌에는 꽃잎 하나가 위로 솟은 앙련(仰蓮)의 큼직한 연꽃 무늬를 각 면마다 1개씩 모두 8개를 돋을새김하였는데, 연꽃 무늬 사이에 거북이·게·개구리 등을 높이 돋을새김하여 주목된다. 승탑의 받침돌에 동물을 조각한 사례는 흔하지 않지만, 조선시대에 전라도 지역에 건립된 승탑에서는 가끔 확인된다.
8각의 몸돌은 높이는 높고 너비가 좁아 홀쭉한 편이다. 앞면에는 ‘청허당’이라는 승탑의 이름이 오목새김되어 있다. 8각의 지붕돌에는 서까래, 추녀, 부연(副椽) 등이 가지런하게 새겨져 있으며, 기왓골이나 내림마루인 우동(隅棟)의 표현은 사실적이어서, 목조 건물의 지붕과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 추녀 마루 끝에는 용의 머리와 다람쥐가 조각되어 있다. 머리장식인 상륜부에는 노반(露盤)과 함께 높은 보주(寶珠)가 놓여 있는데, 용 무늬와 구름 무늬가 조각되어 있다.
서산대사를 기리기 위해서 건립한 비는 묘향산 보현안심사와 금강산 백화암 등에 있다. 다만 대흥사에는 서산대사 승탑과 함께 1778년(정조 2)에 세운 청허당비, 1791년 이후에 세운 사적비 등도 있어서, 서산대사가 대흥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음을 알려 준다. 1647년(인조 25)에 구청허당비(舊淸虛堂碑)가 세워진 것으로 보아, 이 승탑은이 비와 함께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