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 한성 부근의 벽촌 평민이었다. 그러나 의리를 알며 그 아내는 아름답고 부덕이 있어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
개루왕이 듣고 도미를 불러 말하기를 “무릇 부인의 덕은 정결이 제일이지만, 만일 어둡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좋은 말로 꾀면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다.” 하니, 도미가 대답하기를 “사람의 정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의 아내 같은 사람은 죽더라도 마음을 고치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이를 시험하기 위하여 개루왕이 도미를 머물러 있게 한 다음 왕의 근신 한 사람을 왕으로 속여 도미의 아내에게 보내어 “도미와 내기하여 내가 이겨 너를 궁녀로 삼게 되었으니 너의 몸은 내것이다.” 하니 도미의 아내가 교묘히 몸종을 단장시켜 속여 대신 모시게 하였다.
뒤에 속은 사실을 안 개루왕은 크게 노하여 도미에게 죄를 씌워 두 눈알을 빼고 사람을 시켜 끌어내어 작은 배에 태워 띄워보냈다. 한편, 도미의 아내는 궁중을 탈출하여 강가에서 통곡하니 빈 배 한척이 오기에 타고 천성도(泉城島)에 이르러 남편을 만나 천신만고 끝에 고구려 땅에 이르러 그곳에 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