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4책. 1906년 6월에 초판이 발간된 이래, 1907년 10월 재판, 1908년 7월 3판이 간행되었으나, 1909년 5월 5일자로 발간이 금지되었다.
원래의 이름이 『중등교과 동국사략』인 점으로 미루어 처음에는 중등학교의 교과서로서 편찬된 듯하다. 그 뒤에 삭제, 증보해 현채 원저(原著)로 1924년에 『동국제강(東國提綱)』이라는 제목으로 발간하였고, 1928년에는 『반만년 조선역사』로 제목을 바꾸어 발간하였다.
개화기를 맞아 전통적인 편년체적 역사 인식을 탈피하고 근대적인 역사 서술 방법에 의해 저술된 이 책은, 하야시(林泰輔)의 『조선사』를 편역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채가 『만국사기(萬國史記)』의 편찬 중 근대적인 역사 이해와 서술·체재 등을 경험한 데서 가능한 것이었다.
『조선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는 하나 내용에 있어서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하야시는 단군신화를 부정하였으나 현채는 이를 인정해 책 서두에 서술하였다. 그리고 하야시는 위만조선 및 한사군 문제를 중요시해 시대구분의 계기로 삼았으나, 현채는 이를 삭제하고 삼한정통설(三韓正統說)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하야시는 임진왜란에서 일본을 주로 다루었으나, 현채는 우리나라의 의병 활동을 자세히 다루었다. 특히, 역사상 위인·명장과 외적과의 전쟁 등을 크게 취급해 외침에 대한 자주 독립심을 고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동국사략』이 『조선사』의 그릇된 한국사관을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다. 가야 여러 나라가 일본에 속해 조공하였다든가, 신공황후(神功皇后)의 조선 침범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것 등은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이 책은 태고사·상고사·중고사·근세사로 시대 구분해 태고사는 단군에서 삼한까지를, 상고사는 삼국 분립에서 후삼국과 발해의 멸망까지를, 중고사는 고려의 건국과 멸망을, 근세사는 조선의 건국에서 한말 광무(光武)·융희(隆熙) 연간까지를 각각 다루고 있다.
하야시의 『조선사』가 목차에서 장명(章名)까지만 제시하고 중요 내용은 두기(頭記)하고 있으나, 현채의 『동국사략』은 『조선사』에서 두기한 내용까지를 목차에서 다루고 있다.
또 과거의 역사 서술의 소재가 왕의 치적·외교·전쟁 등에 관한 정치사 중심이었으나, 이 책에서는 제도·문학·기예·산업·풍속 등의 장을 설정해 종래의 역사 인식에서 가리어졌던 일반 대중의 생활사를 자세히 서술하였다.
이 책은 비록 『조선사』를 편역한 것이어서 독창성이 문제가 되기는 해도, 역사를 보는 안목에 있어서나 역사 서술 방법에 있어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역사 서술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최초의 근대적인 우리나라 역사 개설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