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33권, 목록 2권, 합 35권 15책. 현종실록자본(顯宗實錄字本). ‘신찬 동문선’, ‘별본(別本) 동문선’으로 불리기도 한다.
1713년 청나라에 갔던 사은사(謝恩使)가 돌아오는 길에 강희제(康熙帝)가 ≪고문연감 古文淵鑑≫·≪패문운부 佩文韻府≫ 등 300여권의 책을 보내주면서 우리 나라의 시부(詩賦)를 보여달라고 청하였으므로, 조정에서는 대제학 송상기(宋相琦)를 시켜 전후의 동인 시문을 새로 뽑아 목록과 합하여 33권을 인출하여 사절의 편에 보냈다. 수록된 작품의 총수는 1,215편인데, 이 중 3분의 2 가량이 명종 이후 숙종까지의 조선 중기 인물의 시문이다.
당대의 문집 중에는 병자호란을 겪은 뒤라 반청사상(反淸思想)이 담긴 글이 많으므로, 오래된 문장 중에서 뽑아 편찬하여야 한다는 중론에 따라 삼국시대 이후 숙종 초기까지의 시문 중에서 청나라에 거슬리지 않을 문구를 뽑아 편찬하였다.
그 체재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권1·2는 사부(辭賦), 권3은 오언절구, 권4는 칠언절구, 권5는 오언율시, 권6·7은 칠언율시, 권8은 오언배율, 권9는 오언고시, 권10은 칠언고시로서 시가 10권이다.
다음 권11은 주문(奏文)·봉사(封事), 권12는 소차(疏箚), 권13∼16은 서(序), 권17∼19는 기, 권20∼25는 서(書), 권26은 설, 권27은 논, 권28은 변, 권29는 책(策), 권30은 전, 권31은 발·잠·명·송·찬, 권32는 원(原)·격(檄)·상량문·비지·행장·제문·애사(哀辭), 권33은 잡저로 되어 있다.
작품이 수록된 작가는 이규보(李奎報)·이제현(李齊賢)·이색(李穡)·최치원(崔致遠)·이인로(李仁老) 등과 정도전(鄭道傳)·권근(權近)·김종직(金宗直)·최립(崔岦)·이행(李荇)·이이(李珥)·이황(李滉)·박은(朴誾)·장유(張維) 등이다.
이 책은 명종·선조 이후의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다는 데에 특히 의의가 있다. 앞시대의 글 가운데에서도 정편·속편 ≪동문선 東文選≫에 수록되지 않았던 것도 새로 가입시킨 것이 있으니, 남효온(南孝溫)의 <현금부 玄琴賦>와 설장수(偰長壽)의 <유지사 柳枝詞> 같은 것들이다.
또는 제목만 고쳐서 그대로 실은 글도 있다. 앞에 나온 정편·속편 ≪동문선≫과 이 책을 부분적으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즉, 권1·2의 사부 중에는 정편 ≪동문선≫에서 4수, ≪속동문선≫에서 8수를 가져오고 새로 뽑은 것이 17수가 된다. 오언절구에서는 정편에서 15수를 가져오고 새로 뽑은 것이 46수가 된다. 수록된 작품의 총수는 1,215편인데, 이 중 3분의 2 가량이 명종 이후 숙종까지의 조선 중기 인물의 시문이다.
시에서 석(釋)인 정사(正思)·휴정(休靜)·만우(卍雨)·충징(沖徵) 등이 들어 있고, 여류작가로 허난설헌(許蘭雪軒)·이원(李瑗) 등 다방면에 걸쳐 싣고 있으며, 산문(散文)에서는 이황·이이를 비롯하여 최립·유몽인(柳夢寅)·장유·김종직·김일손(金馹孫)·남효온·성현(成俔)·강희맹(姜希孟) 등의 글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중국으로 보내는 도중에 사은사 이곤(李焜)이 청나라에 보이기 곤란한 기휘문구(忌諱文句)를 발견하여 주자(鑄字)와 종이를 급히 보내어 고치게 하였다는 일화도 전한다.
이 책은 그 편찬경위가 청나라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우리 나라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제목 또한 ‘동문선’으로만 쓰여 있어 앞서 나온 ≪동문선≫과 혼동을 일으켜, 소장된 도서관에서도 정편 ≪동문선≫과 혼재되어 있다. 규장각도서·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