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서울대학교 출판부에서 간행되었다. 중간본은 저자가 초판본을 교정한 것을 토대로 하여 같은 출판부에서 1984년에 간행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대표적인 논문집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발표한 27편의 논문과 저자의 학부 졸업논문인 「동학(東學)과 동학란(東學亂)」(1947)을 부록으로 수록하였다.
27편의 논문은 설화와 사상, 전적(典籍)과 고고(考古), 인물과 제도, 교류(交流)와 교섭(交涉) 등 4부로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내용으로 보아 저자의 학문적인 관심은 설화·사상·고고·서지·금석·제도·역사적 인물 및 중국과 한국의 정치적·문화적 관계 등 다방면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의 관심은 지역적으로는 한국과 중국, 시대적으로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포괄되어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저자의 일관된 문제의식이다. 그의 연구는 동아시아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정치적·문화적인 비중을 왜소화시키고 비주체성을 강조하려는 일본 어용사가들의 주장을 다각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관되고 있다.
부록으로 수록된 「동학과 동학란」과 초기 저서인 『동방문화교류사논고(東方文化交流史論攷)』(1948)는 물론이거니와 이 책의 ‘교류와 교섭’에 수록된 논문들을 비롯하여 「송대(宋代)에 있어서 고려본(高麗本)의 유통(流通)에 대하여」·「초고본해동금석존고(草稿本海東金石存攷)」·「강화도전등사소재송숭명사종(江華島傳燈寺所在宋崇明寺鐘)에 대하여」·「대각국사의천(大覺國師義天)에 대하여」·「금(金)의 시조(始祖)에 대하여」·「이익재(李益齋)의 재원생애(在元生涯)에 대하여」·「이해학(李海鶴)의 생애와 사상에 대하여」·「묘청(妙淸)의 천도운동(遷都運動)과 칭제건원론(稱帝建元論)」·「화랑(花郎)과 미륵신앙(彌勒信仰)에 대하여」 등은 바로 이 문제의식의 소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술사상 매우 주목할 만한 공헌은 우리 민족의 초기 활동무대를 한반도에서 만주, 나아가서는 중국의 북방과 산둥(山東), 화이수이(淮水)유역으로까지 확대시킨 「한·예·맥 이동고(韓濊貊移動考)」·「동이(東夷)와 회이(淮夷)·서융(徐戎)에 대하여」 등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서언왕(徐偃王)과 주몽(朱蒙)의 난생설화(卵生說話)와 궁시설화(弓矢說話)」를 통해서는 한반도로 들어오기 이전의 민족이동의 경로와 중국민족과의 상호교섭문제를 밝히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공헌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우리나라 동양사학계에 실증주의(實證主義)에 입각한 연구방법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