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62면. 작자의 첫 시집으로, 1949년 계림사(鷄林社)에서 발행하였다. 체재는 저자 서문, 차례·본시와 지헌영(池憲英)이 쓴 발문으로 짜여 있다. 본시는 전 5부에 모두 57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집의 내용은 “슬픈 족속이면 슬픈 노래를 지녔다. 슬픈 노래만이 오히려 진실한 벗이었기 때문에……”라는 저자 서문에서 암시하고 있듯이, 비관적인 현실 인식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비관적인 현실 인식을 주조로 하고 있는 까닭은 이 시편들이 대부분 일제강점하에서 쓰여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수(雨水) 경칩(驚蟄)이 없는 이땅/나라없는 겨레의 시름이여/살모새보다 모진 가난이여/불상한 동기(同氣)들이다/으지가지없는 짐승들이다.”라는 시 「슬픈 풍경」의 한 구절이 바로 그러한 한 예가 된다.
그러기에 이 시집에서 시인은 “백성(百姓)은 이스라엘사람처럼 설고/이땅에는 모세가 없어/마술에 실진(失眞)한 목자(牧者)들이여/악착한 몽상(夢床)에서 깨어나거라/슬픈 무리여 눈물을 걷우고/제마다 정의의 칼을 빼라/기○고 기○고 님은 회생(回生)하여야 한다.”(시 「이스라엘사람」부분)처럼 민족의 각성과 국권의 회복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의 전체적인 경향은 대체로 전원적인 서정과 토속적인 생활감각을 기저로 하고 있다고 하겠다.
아울러 민족의식을 짙게 드러내고 있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표제시 「머들령」에는 이러한 특성들이 잘 나타나 있다. “요강원을 지나·머들령//옛날 이 길로 원님이 나리고/등짐장사 쉬어넘고/도적이 목 직히든 곳//분홍두로막에 남빛돌띠 두르고/하라버지와 이재를 넘었다/뻑꾹기 작고 우든 날//감장 개명화에 발이 부리 티고/파랑 갑사 댕기/손에 감고 울었드니/흘러간 서른해/유월 하늘에 슬픔이 어린다.”
향토적인 서정과 토속적인 생활감각이 어울려 민족문학적인 정서를 형상화하고 있다. 발문에서 지헌영이 “머들령이 상재됨으로써 민족문학건설에 새로운 풍미(風味)가 가미될 것.”이라고 한 말도 그러한 뜻을 담고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