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반양장. 190면. 1953년 서울신문사에서 간행하였다. ‘명정사십년(酩酊四十年) 무류실태기(無類失態記)’라고도 한다. 책머리에는 박종화(朴鍾和)의 ‘서(序)’와 작자의 자서로 ‘서설(序說)’이 있고 수록 작품 72편을 4부로 나누어 편성하고 있다.
제1부 ‘명정사십년’에는 「등옹도주(登甕盜酒)」·「부자대작(父子對酌)」·「가두진출(街頭進出)의 무성과」·「졸한무예보래(猝寒無豫報來)」 등 48편, 제2부 ‘명정낙수초(酩酊落穗鈔)’에는 「기인고사대불핍절(奇人高士代不乏絶)」·「교실내에 로이드극(劇)」 등 4편, 제3부 ‘남표(南漂)’에는 「현대출애급판」·「한양아 잘 있거라」·「하나의 전환」·「부공부수(婦功夫守)와 기외(其外)」 등 10편, 제4부 ‘명정남빈(酩酊南濱)’에는 「서언(緖言)」을 위시하여 「계엄주(戒嚴酒)의 범람」·「하고방 순례」·「명정의 피날리」 등 10편이 각각 실려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수필들은 대부분 1949∼1950년에 걸쳐서 『신천지』에 연재된 『명정사십년 무류실태기』와 6·25 때 부산 피난 시절 『민주신보(民主新報)』에 연재된 「남표」를 중심으로 하여 엮은 것이다. 대주가(大酒家)로 불린 작자가 40년간 술에 취해서 살아온 무류실태기로서 풍자적이고 해학적이며 기지 넘치는 필치로 그 시대상을 고발하고 있다.
남들은 삼사십 년 동안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였다고 대성질호(大聲疾號)하는 판에 자신은 “호리건곤(壺裏乾坤)에 부침(浮沈)한 것을 생각할 때 자괴자탄(自愧自嘆)을 금할 수 없다.”고 변영로는 「자서」에서 말하고 있다. 요컨대 자신의 반생은 비극성을 띤 희극일관으로 경쾌주탈(輕快酒脫)하게 저지른 범과가 기백기천으로 헤아릴 길 없다는 것이다.
변영로가 이렇게 술에 취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을 박종화는 “세상 됨됨이가 옥 같은 수주(樹州)로 하야금 술을 마시지 아니치 못하게 한 것이 우리 겨레의 운명이었으며, 난초 같은 자질이 그릇 시대를 만났으니 주정하는 난초가 되지 않고는 못 배겨내었던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