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의 친구 김려(金鑢)가 편찬한 『담정총서(藫庭叢書)』 제10책, 권19에 수록되어 전한다. 필사연도는 1818년(순조 18)으로 「제문무자문권후(題文無子文卷後)」에 밝혀져 있다.
34장. 필사본. 이겸로(李謙魯) 소장의 유일본이다.
권두에 목록이 있고, 「남정(南程) 10편」, 전(傳) 7편, 잡저 7편, 기(記) 3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권말에 김려의 「제문무자문권후」가 붙어 있다.
이옥은 1792년(정조 16) 패사소품체를 썼다는 이유로 정조로부터 견책을 받았고, 1795년 정거(停擧: 얼마 동안 과거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유생들에게 가하던 벌)당하였다. 정조는 곧 개명(改命)을 내려 지방에 충군(充軍)하도록 하였다.
이때 작자는 정산(定山: 충청남도 청양)으로 갔다가 다시 삼가(三嘉: 경상남도 합천)에 충군되었다. 당시 기행기록이 바로 「남정 10편」이다. 이 글이 작가의 서문(敍文)에 이어 책의 첫머리에 필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 책은 1795년 전후에 쓴 글들을 수록하여 놓은 듯하다.
「남정 10편」은 10편의 단편(短篇)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은 작자가 남쪽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각처에서 견문한 사실들을 짤막하게 서술하고 있다. 특히 「방언(方言)」은 영호남 방언의 어휘를 채록하고 그 차이점을 기록한 것으로 방언학연구에 좋은 자료가 된다.
전 중에 「상랑전(尙娘傳)」은 선산(善山: 지금의 경상북도 구미시) 고을의 향랑(香娘) 고사가 입전된 예이고, 「정운창전(鄭雲昌傳)」은 당시 시정인 중에 바둑에 능한 인물을 소개한 작품이다. 「가자송실솔전(歌者宋蟋蟀傳)」은 실솔곡(蟋蟀曲)을 잘 불러 유명해진 인물을 등장시켜 당시 가인(歌人)들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알게 해주고 있다.
기 중에 「청남학가소기(聽南鶴歌小記)」는 가인의 일생을 서술하고 있다. 「호상관각기(湖上觀角記)」와 「선경노기(善耕奴記)」는 각각 시정인들의 씨름대회 및 밭 잘 가는 영남 농노(農奴)의 이야기를 채록해 놓고 있다. 이와 같은 작품들은 당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하층민들의 생활상을 섬세하게 반영하고 있다.
잡저 중에는 노자(老子)·초사(楚辭)·주문(朱文)·원통경(圓通經) 등에 대한 작자의 생각을 담고 있는 글들이 보인다. 이것은 그의 유불도(儒佛道) 3교에 관한 관심과 문학적 지향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