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반양장. 144면. 작자의 첫 시집으로, 1947년 백양당(白楊堂)에서 간행하였다. 전체를 4부로 나누어 ‘찢어진 피리’에 「조춘부(早春賦)」·「나는 한개의 돌이로라」 등 12편, ‘우물길’에 「생명」·「가두풍경」 등 6편, ‘거울’에 「그네」·「박꽃」·「해당(海棠)」 등 11편, ‘오월의 태양’에 「새해」·「폭풍」 등 5편, 시조에 「춘원곡(春怨曲)」·「낙화」·「추야월(秋夜月)」 등 21편, 모두 55편의 시와 시조를 수록하였다.
1961년 일조각(一潮閣)에서 간행된 재판에서는 면수가 늘고 작자의 자서(自序)가 추가되었으나, 수록작품에는 변함이 없다. 원래 시인이라기보다는 국어학자로서 더 널리 알려진 작자는 재판의 자서에서 “시인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았고 시인으로 자처하고 싶지도 않지만, 본능적인 표현욕의 충동 때문에 틈틈이 써 모은 작품을 묶어냈다.”고 하였다.
그러나 작자의 겸사와는 달리 작자가 시조와 수필분야에서 남긴 성과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박꽃처럼 소박한 시세계를 추구한 이 시집의 경우, 시조에서 보다 더 작자 특유의 자연을 관조하는 깊이와 섬세한 정감의 표현이 두드러진다.
『박꽃』은 시집으로서보다는 시조집으로서 더 큰 중요성을 가지게 되는데, 수록된 21편의 시조 가운데는 「춘원곡」·「추우여음(秋雨餘吟)」·「단장소곡(斷章小曲)」처럼 시조 특유의 발상법이나 전통적인 조사(措辭)까지 그대로 살린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희망」·「은행(銀杏)」·「상문(桑門)」 등 형태상의 실험을 곁들인 작품도 있어서 다양한 접근방법과 의욕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