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언절구. 그의 문집인 『사암집(思菴集)』 권1에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작자가 조처사의 산골집을 찾아보고 지은 것인데, 조처사란 곧 조운백(曺雲伯)을 지칭하는 것으로 본명은 준룡(駿龍)이다.
내용은 “술이 취해 신선이 살고 있는 집에서 잠이 들어 있다가 깨어나보니, 흰구름은 구렁에 평평히 날고 달은 떨어질 무렵이더라. 그래서 재빨리 홀로 일어나 숲 밖으로 나가니 돌길에 부딪는 지팡이 소리를 잠자던 새가 알아듣는 것 같더라.”라고 했다.
이 시는 유한하고 그윽한 숲 속의 정경을 시간의 경과와 일치시켜 잘 묘사해내고 있다. 조선조 처사형의 문인에게서 풍길 수 있는 멋이 배어 나오는 듯하다. 작자인 박순은 오랫동안 정계에 머물러 있었기에 더욱 이와 같은 선경을 갈망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구의 ‘잠자던 새가 알아차린다.’는 표현은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상상력의 표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