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년(선조 38) 작. 대리석 합 높이 6.1㎝, 지름 10.6㎝이며, 은합 높이 3.3㎝. 동국대학교박물관 소장. 1968년 9월 팔상전을 해체, 수리하던 중 심초석(心礎石)에 마련된 네모꼴의 2단사리공(상단 : 29.7×29.7×6.5㎝, 하단 : 17.8×17.2×22.7㎝) 안에서 원형 그대로 발견되었다.
사리공은 한 변의 길이가 23.3㎝, 두께가 4.6㎝인 벽돌로 덮여 있었으며 뚜껑의 중앙에는 지름 6.0㎝의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아마도 이 구멍을 통하여 고리가 닫혀 있었던 듯하다. 사리공 안에서는 네 벽과 위를 덮었던 동판(銅版 : 21.2×15㎝)이 5매 발견되었는데, 명문이 새겨져 있어서 팔상전의 건립 경위를 밝힐 수 있었다.
그리고 사리공 바닥에는 비단보자기로 겹겹이 싼 대리석 합(盒)이 있었고, 그 안에는 비단보자기에 싸인 은제 사리합이 놓여 있었다. 합을 쌌던 보자기에는 각기 한글이 섞인 축원문(祝願文)이 먹으로 쓰여 있으나 상태가 불량하여 완전한 판독은 어렵다. 그러나 그 중에는 ‘병ᄌᆞᄉᆡᆼ王孫昌盛萬歲’·‘身如金剛심신안락’·‘을사생최씨’ 등의 글자가 보인다.
한편 동판에는 ‘萬曆二十四年丁酉九月日倭人盡燒(만력24년정유9월일왜인진소)’·‘乙巳年三月念九日上高柱入柱(을사년3월염구일상고주입주)’·‘朝鮮國僧大將裕淨比丘(조선국승대장유정비구)’ 등의 글이 남아 있다. 명문 중의 ‘만력24년’은 25년의 잘못된 기록으로서 선조 30년인 1597년에 해당되며, ‘유정비구’ 또한 유정(惟政)으로서 사명대사(四溟大師)를 일컫는다.
이 기록으로 미루어 팔상전은 임진왜란 중이던 1597년 왜군들에 의하여 불타 버린 뒤 선조 38년 을사년(1605)에 승대장 유정이 새롭게 세운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목탑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된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