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90면. 작자의 두 번째 시집으로, 1955년 인간사(人間社)에서 간행되었으며, 장정은 박거영(朴巨影)이 맡았다. 작가 자신의 서문과 박거영의 서문이 있고, 이어서 총 17편의 시작품이 3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보리피리’에는 「보리피리」·「국토편력(國土遍歷)」 등 5편, ‘리라꽃 던지고’에는 「부엉이」·「무지개」·「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등 7편, ‘인골적(人骨笛)’에는 「비창(悲愴)」·「추석(秋夕)」·「달」 등 5편이 실려 있다. 이 시집은 1949년에 그의 첫 번째 시집 『한하운시초(韓何雲詩抄)』가 나온 지 6년 만에 발간된 시집이다. 그는 그 6년간 구라사업(救癩事業 : 문둥병 환자를 돕는 일)에 몰두하며 시를 쓰지 않다가 박거영의 권고에 못 이겨 불과 2개월 동안에 급히 썼다고 한다.
‘자서(自序)’에 “청운의 뜻이 어허, 천형(天刑)의 문둥이가 되고 보니 지금 내가 바라보는 세계란 오히려 아름답고 한이 많다. 아랑곳없이 다 잊은 듯 산천초목과 인간의 애환이 다시금 아름다워 스스로 나의 통곡이 흐느껴진다. …… 이 윤회 속에서 나는 노래를 불렀을 뿐 시를 쓰지는 않았다. 허나, 이번에 내가 시를 다시 쓰게 된 동기는 오로지 시인 박거영 선생님의 부단한 격려의 결정(結晶)이라 하겠다. 동면 6년 후 이번 처음 불과 2개월 동안의 분망 중에서 급작히 지난 방랑여정(放浪旅情)을 엮은 회상시가 바로 이 시집이라 하겠다.”라고 되어 있다.
그가 지니고 있는 섬세한 감수성과 언어 감각으로, 나병 환자로서 도저히 닿을 길 없는 자연과 삶의 모습들에 대하여 애절한 그리움으로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보리피리」는 곡이 붙어 널리 불리고 있다.
「봄언덕」에서는 ‘고향’을, 「꽃청산」에서는 ‘어린 때’를, 「인환(人寰)의 거리」에서는 ‘인간사’를 그리워하면서도, 보리피리를 불면서 울며 방랑해야 하는 모습이, “피―ㄹ 닐리리”라는 후렴구와 함께 민요조로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