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절구로. 그의 문집인 『점필재집』을 비롯하여 여러 시선집에 모두 실려 전하는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작품은 “도화 뜬 물결이 몇 자나 높았길래/흔석도 물에 잠겨 찾을 길 없네/쌍쌍이 나는 물새는 옛집을 잃고/고기 물고 문득 부들 우거진 속으로 드네(桃花浪高幾尺許 拫石沒頂不知處 兩兩鸕鶿失舊磯 啣魚却入菰蒲去)."라 하였다(시선집에 따라서는 ‘拫石’이 ‘銀石’으로 되어있는 것도 있다.).
물결 높은 보천탄의 정경을 즉흥적으로 읊은 내용이다. 눈이 녹아 불어난 물에 여울의 물결이 드세어져 물 가운데 솟았던 바위도 이미 잠기고 보이지 않는다. 그 위를 나는 가마우지의 어지러운 날개짓을 두고 물에 잠긴 바위를 찾지 못해 저러는 것이라 하여, 짐짓 깊은 우의(寓意)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허균은 일찍이 이 작품에서의 빼어난 묘사를 두고 『국조시산(國朝詩刪)』에서 “홀로 이 작품만이 당(唐)에 가깝다(獨此絶似唐).”라고 하여 그의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았다.
그 밖에 「차제천정운(次濟川亭韻)」·「선사사(仙槎寺)」·「차청심루(次淸心樓)」 등의 작품도 모두 널리 회자되었던 명편들이다. 이때까지도 시단의 송시학(宋詩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의 시는 엄중방원(嚴重放遠)한 시세계를 구축하였다고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