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권 2책. 필사본. 이 책의 간행여부는 알 수 없으나 전해온 시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계명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시와 만사 392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시는 당시(唐詩)의 모작이 많다. 호방한 기상이나 과장하는 감각도 당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이며,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심리적인 갈등과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사에 대한 비애와 강개한 생각이 표현된 작품이 많다.
이 중 「춘일즉사(春日卽事)」는 봄날 농촌에서 일어나는 흥겨운 일들을 조리 있게 묘사한 것이고, 「우음삼수(偶吟三首)」는 안빈낙도하면서 지족(知足)을 아는 선비들의 모습을 찬미한 작품이다.
「양주우음(楊州偶吟)」은 양주 땅을 지나면서 감회를 읊은 것으로, 세월은 흘러도 산천은 의구하고 인사는 바뀌어도 자연은 영원하다고 하여 조로(朝露)와 같은 인생의 비애를 묘사하고 있다.
이밖에 친구와의 이별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지은 「증별(贈別)」과 지리산의 아름답고 웅장함을 읊은 「천왕봉(天王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무상을 읊조린 「과낙동강(過洛東江)」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