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왕의 아들이다. 죽은 진지왕과 사량부(沙梁部) 민간출신의 도화랑(桃花娘)과의 사이에서 출생하였다고 한다. 출생이 신이(神異)하였기에 진평왕이 궁중에 데려다가 길렀다.
15세에 집사(執事)가 되었는데, 밤마다 궁성 밖으로 나가 놀았다. 이에 왕이 병사를 보내어 살펴보니, 매번 월성(月城)을 날아 넘어 서쪽의 황천(荒川) 언덕 위에서 귀신들과 놀고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병사들이 사실대로 왕에게 보고하자, 왕이 그를 불러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게 귀신들을 부리어 신원사(神元寺) 북쪽 개천에 다리를 놓게 하였다. 또한 귀신 가운데 정사를 도울만한 자를 추천하라는 왕의 요구에 따라 길달(吉達)을 천거하였다.
이에 길달은 각간(角干) 임종(林宗)의 아들이 되어 집사의 직무를 충직하게 수행하였으나, 어느날 갑자기 여우로 변하여 도망하였으므로 비형랑이 귀신을 시켜 잡아죽였다.
그러므로 귀신들이 비형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 달아나므로, 당시 사람들은 자신의 집에다 비형의 집이라고 글을 붙여서 귀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이 비형설화는 뒤의 처용설화(處容說話)와 유를 같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