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1책. 목판본. 이 책은 저자의 작품 일부가 필사본으로 전해오던 것을 1778년(정조 2) 홍낙순(洪樂純)이 편집, 간행한 것이다. 서문은 없고, 권말에 홍낙순의 발문이 있다. 상·하권 합하여 총 499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병연은 영조시대 최고시인으로 일컬어졌다. 원래 1만3000여 수의 시를 지었다고 한다. 이 책에 수록된 시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의 시는 산수시(山水詩)나 영물시(詠物詩)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매화를 소재로 한 시가 많은데 「분매(盆梅)」 40수, 「송매(送梅0」 10수, 「매화(梅花)」 5수 등 도합 55수가 있다. 이들 시들은 대개 은일적인 기분으로 생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하고 있으며 도잠(陶潛)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사천시초』에서 명승고적을 찾아다니며 경치와 감회를 읊은 것으로는 「단발령치우(斷髮嶺値雨)」, 「만폭동(萬瀑洞)」 3수, 「은신대(隱身臺)」, 「정양사잡영(正陽寺雜詠)」 4수, 「정양사(正陽寺)」 4수, 「삼일포(三日浦)」 2수, 「소양정(昭陽亭)」, 「송도(松都)」, 「오대산(五臺山)」 3수, 「죽령(竹嶺)」·「불영사(佛影寺)」, 「대관령(大關嶺)」, 「보덕암(普德庵)」, 「출유점(出楡岾)」 등이 있다.
모두 시적 감흥이 언외(言外)에 넘쳐흐르며 단순히 자연의 경물(景物)과 풍경의 외관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오묘한 진리, 자연의 도(道)를 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사천시초』의 장편의 시로는 권상의 「추천사십운(秋遷四十韻)」·「기제노송정차장주옹운(寄題老松亭次張主翁韻)」·「승침(繩枕)」과 권하의 「제죽림칠현도(題竹林七賢圖)」·「제석방필(除夕放筆)」·「구년계(九年鷄)」 등 8수가 있는데, 그의 시적 역량이 잘 나타나 있다.
『사천시초』의 「목극선생가(木屐先生歌)」에는 탁락불기(卓躒不覊 : 탁월하고 구속을 받지 아니함.)한 시인의 생활관이 잘 나타나 있으며, 속태(俗態)를 벗어난 초일한 감정의 세계를 읊었다.
홍낙순의 발문에 의하면, 중국 강남의 문사들이 “명나라 이후의 시를 이 시에 댈 것이 없다.”라고 그의 시를 극찬하였다고 한다. 한시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규장각도서·장서각도서와 고려대학교 도서관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