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산하(山河)는 1963년 9월에 ‘높은 예술성을 지니면서도 대중과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 연극을 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영문학자 오화섭(吳華燮)을 대표로 삼아 창단되었다. 창립단원은 극작가 차범석(車凡錫)이 주동이 되었고, 임희재(任熙宰)·하유상(河有祥)·장종선(張鍾善)·이기하(李基夏)·표재순(表在淳) 등이 뒷받침하였으며, 오현경(吳鉉京)·이낙훈(李樂薰)·김성옥(金聲玉)·주상현(周尙鉉)·남성우(南聖祐)·김소원(金素媛)·구민(具珉) 등 소장배우들도 포함되었다.
이 극단은 1963년 11월 손창섭(孫昌涉) 원작「잉여인간」으로 창립공연을 가진 이래, 리얼리즘극을 기조로 삼아 1960년대 동인제(同人制) 시스템 극단들 중에서 가장 대중과 밀착된 연극을 하였다. 공연 작품은 번역극과 창작극을 조화시키면서 「산불」을 비롯하여「열대어」·「장미의 성」·「대리인」등 대표 차범석의 희곡을 많이 공연하였다. 이와 더불어 스탕달(Stendhal) 원작의「적(赤)과 흑(黑)」같은 소설 각색극도 무대에 올렸으나 1960년대의 연극불황을 이겨내지는 못하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윤대성(尹大星) 작「노비문서」같은 신인작품도 공연하였고,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입센(Henrik Ibsen)·와일더(Thornton Wilder)·밀러(Arthur Miller)·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아누이(Jean Anouilh) 등의 번역 작품들도 공연하였다. 또한 1977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차범석 작·연출「오판」으로, 1978년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오태석 작·차범석·오태영 연출「종」으로 각각 참가했다.
한편, 이 극단은 1966년 제2회 백상예술대상에서「천사여 고향을 보라」로 대상·작품상, 1976년 제13회 백상예술대상에서「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어이」로 대상·작품상을 각각 수상한바 있다.
극단 산하는 6·25전쟁 후의 문화 불모지에서 현대연극사의 맥을 이었고, 여러 편의 신작희곡과 유수한 번역극을 소개하여 연극의 폭을 넓혔으며, 신인배우를 여러 명 배출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연극을 대중 가까이 끌고 가던 산하도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1983년 3월 제52회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어이」를 공연한 뒤 차범석의 결단으로 해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