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율시로 그의 『간이집(簡易集)』 권6 정축행록(丁丑行錄)에 실려 있다.
이 시는 작자가 요양성(遼陽省)에서 삼월 삼짇날 망경루에 올라 주변의 뛰어난 경치와 자신의 회포를 읊은 작품이다.
작자는 개성사람으로, 차천로(車天輅)의 시, 한호(韓濩)의 글씨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이 났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 위의 높은 누각 그 형세가 달리는 것 같은데
위태로운 사다리는 한번 밟으면 한번씩 놀라네
먼 하늘은 산이 없는 곳에 끝이 없고
엷은 안개는 나무 있는 마을에 많이 생기네
북쪽으로 닿은 장안(長安)은 나그네의 길 알겠고
동녘 바람 삼짇날에 고향을 생각하네
한가로운 시름 만가닥을 어이 금하리
저녁놀을 구경하며 술 한그릇 마시네.
(城上高樓勢若騫 危梯一踏一驚魂
遙空不盡無山地 淡靄多生有樹村
北極長安知客路 東風上巳憶鄕園
閒愁萬緖那禁得 料理斜陽酒一樽)
이 시에서 저자는 먼저 만경루의 아름다운 경치를 말하고, 이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함께 그 시름을 잊기 위해서 석양에 술을 든다고 읊었는데, 일찍이 김창협(金昌協)은 그의 시를 가리켜 “그 뛰어난 구절은 소리가 나서 마치 금석(金石)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칭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