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196면. 1952년 영남문학회(嶺南文學會)에서 간행하였다.
먼저 이경순의 시집인 ‘생명부(生命賦)’에는 「로만스」·「장미먹은 사형수」 등 15편의 시가 실려 있다.
“코발트빛 곱게 물든 하늘에/솔개와 백사(白蛇)는 S자형을 그리면서·구름 속으로 들어갔다.//오렌지 문채(紋彩)로 아로새긴 바다/보름달이 젖었는데/조개 입술에 키쓰가 끝난/메루치 혀를 주고 망명(亡命)했다.”라는 시 「로만스」의 한 구절에서 보듯이, 주로 낭만적인 서정을 모더니즘풍의 감각으로 노래하는 경향을 지닌다.
설창수의 ‘개폐교(開閉橋)’에는 「개폐교」 등 15편의 시와 함께 1막 2장으로 된 희곡 「혼백(魂魄)」이 수록되어 있다. “짓밟음 바람비 수레바퀴 춤뱉음을/오랜 동안 참아 온 내다/내 등들미의 살결은 메마르고/뼈 힘줄 주름살 흉터만이 남아 있다/디데 보라 내 껍질은 따글거린다.”라는 시 「개폐교」의 첫 연에서 보듯이, 서정성과 상징성을 결합하는 데 그의 시의 한 특징이 드러난다.
조진대의 창작집인 ‘별빛과 더불어’에는 단편소설 「별빛과 더불어」·「남이와 닭」·「육이오(六二五)」·「곡(哭)」·「몽점(夢占)」 등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이 소설들은 대체로 고달픈 현실 생활에서 느끼는 생명 의지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전체적으로 30편의 시와 1편의 희곡, 5편의 소설 및 발문이 붙어 있는 종합 작품집의 성격을 지닌다고 하겠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여기에 유치환(柳致環)의 ‘후기’가 실려 있는 점이다. “소위 중앙의 세 푼어치 안 되는 명욕(名慾)을 탐해서 파벌을 짜며 악착히 서로 포폄(褒貶)하여 영일(寧日)이 없는 그 테두리를 멀리 떠나서 오직 자자불권(孜孜佛倦) 보람됨은 자기의 예술도(藝術道)들을 닦고 있는 몇몇 벗들을 만날 수 있다.”라고 유치환이 쓴 것처럼, 이 『삼인집』은 중앙 문단으로부터 떨어져서 묵묵히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세 지역 문인들의 신선한 의욕과 문학적 지향점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