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기록된 명문에 의하여 이 종은 조계산(曹溪山) 선암사 대종(大鐘)으로, 1700년(숙종 26)에 800근의 중량을 들여 개주(改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종의 제작자인 김수원(金守元)과 김성원(金成元)은 실상사종(實相寺鐘, 1694년)을 제작하였던 편수 김상립(金尙立)의 아들이다. 특히 김성원은 이 종뿐 아니라 옥천사종(玉泉寺鐘, 1708년), 만수사종(萬壽寺鐘, 1710년), 범어사종(梵魚寺鐘, 1728년) 등 많은 범종을 제작하였던 18세기 전반의 대표적인 주종장(鑄鐘匠)이었다.
외래형인 중국 종과 한국 전통형 종이 혼합된 양식의 작품이다. 우선 용뉴(龍鈕)는 한 몸체로 이어진 두 마리의 용으로 구성되었고 음통(音筒)은 없다. 불룩 솟아오른 천판(天板) 외연에는 장식 없이 그 외연에만 두 줄의 융기선을 둘렀다.
종신 상부에는 커다란 원권(圓圈) 안에 돋을새김된 범자문(梵字文)을 시문하였고, 종신 중단쯤에 불규칙한 방형의 연곽대(蓮廓帶)를 네 곳에 배치하였는데, 연곽대에는 파도문처럼 도식화된 엽문(葉文)이, 그리고 그 내부에는 화문좌(花文座) 가운데 돌기된 9개씩의 연뢰(蓮蕾)가 장식되었다.
이 연곽과 연곽 사이로는 매우 크게 묘사된 위패형(位牌形)을 만들어 그 주위에 복잡한 화형장식을 시문하고, 안에는 ‘主上殿下壽萬歲(주상전하수만세)’등의 문구를 돋을새김하였다. 종신의 하부에는 별도의 돋을새김명문으로 구획된 명문대(銘文帶)가 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