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유고(蔓川遺稿)』속에 수록된 한문본과 별책본인 한글번역본 두가지가 있다. 한문본은 본문과 주기(註記)로 되어 있는데 신구약성서의 내용과 저자의 정도관(正道觀)을 읊은 가사체의 한문시를 본문으로 하고 여기에 각각 주기가 붙어 있다.
이 주기는 이벽의 서학사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글 번역본은 주기를 제외하고 한문체의 본문만을 의역해 놓은 것으로 말미 주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임신년인 1812년(순조 12) 이전의 것임을 알 수 있다.
본문은 전 49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경』 형식의 한시이다. 1부는 1절부터 15절까지로 『구약』·『신약』의 성서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천지창조, 인간의 창조, 영혼의 존재, 원죄, 노아의 홍수 그리고 예수의 일생과 중요한 행적이 읊어져 있다.
16절에서 49절까지의 2부는 이벽의 그리스도교 교리의 이해와 윤리의식을 담은 내용으로 성 바울의 『로마서』를 주제로 삼고 있다. 현존하는 조선 서교(西敎)관계서 중 가장 초기의 저술인 이 책은 선교사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수용된 조선 기독교사상을 알게 해주는 사료라는 점에서 귀중한 문헌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