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는 시간, 간은 공간을 의미한다. 이 시간과 공간에 의해 한정 지어지는 일에 두 가지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필연적인 원인이고, 또 하나는 순전히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원인이다. 필연적인 것은 인과응보의 법칙대로 어쩔 수 없는 업보로 생기는 결과로서의 세간을 뜻한다.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은 한계 지어질 아무런 필연적인 원인 없이 이미 인과관계의 멍에를 벗어난 해탈경지에서 자연히 우러나오는 불가사의한 힘으로 생겨난 세간을 뜻한다. 이 두 가지 유형을 불교에서는 삼종세간(三種世間)으로 분류하는데, 이 이론은 우리나라의 화엄종(華嚴宗)과 천태종(天台宗)에서 깊이 있게 전승되었다.
화엄종의 삼종세간은 기세간(器世間)·중생세간(衆生世間)·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이다. 이 중 기세간은 중생을 수용하는 세간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산하대지 등의 물질세계를 뜻한다. 중생세간은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변천하고 피차가 서로 간격이 있는 세계로서 오음(五陰:五蘊, 마음과 몸을 이루는 다섯 가지 요소)으로 구성되며, 인간·천상·지옥 등으로 존재양상에 차별이 있다. 지정각세간은 부처나 보살이 방편으로 열어 보이는 세계로, 부처의 대지혜로써 치우친 견해를 여의고 세간과 출세간의 만법(萬法)을 두루 아는 세간이다.
신라의 의상(義湘)은 이 삼종세간 안에 일체의 법(法)이 모두 포함된다고 보았다.
또한 천태종에서는 중생세간·국토세간(國土世間)·오음세간(五陰世間)으로 분류하는데, 국토세간은 화엄종의 기세간과, 오음세간은 중생세간과 같은 것이며, 오음세간은 중생세간과 국토세간을 다시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 등 5온의 구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생겨나는 세간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