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본. 『시화총림(詩話叢林)』 권4와 『양파담원(暘葩談苑)』 권5에 전문(全文)이 실려 있다. 『시화총림』에는 12행씩 16장, 『양파담원』에는 10행씩 23장의 분량이다.
『수촌만록』은 이식(李植)·정두경(鄭斗卿)·김득신(金得臣)·남용익(南龍翼)·김만중(金萬重)·홍만종(洪萬宗)·소세양(蘇世讓) 등의 여러 사람의 시를 중심으로 한 일화나 시평을 소개하였다. 모두 56편의 시화가 실려 있다. 매 편이 모두 시를 중심으로 한 일화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시화마다 서로 화답한 시를 소개하였다.
『수촌만록』 중에 황진이(黃眞伊)와 소세양에 관한 일화는 다음과 같다. 소세양이 매양 색에 미혹되는 인간은 사나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친구들에게 “송도의 황진이라는 기생이 재주와 인물이 더없이 좋다고 하나, 내가 그 여자와 30일간 동숙하고는 미련 없이 끊고 돌아오겠다.
하루라도 더 머물면 너희는 내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라.” 하고는 송도에 갔다. 황진이와 한 달 한정으로 사귀었다. 이별 전날 황진이가 써준 시에 반하여 나는 사람이 아니라며 더 머물렀다.
『수촌만록』 중에 이인(異人)으로 이름난 신두병(申斗柄)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신두병이 젊었을 때에 월정사(月精寺)에서 승려 도영(道穎)을 만났다.
그는 10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얼굴은 젊어 보이고 눈동자는 반짝거리며 밤에도 사물을 볼 수 있고, 곡식을 끊고 500리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다 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글씨 모양이 죽순처럼 생겨 죽순체라 이름하였다. 그 필법이 매우 기고(奇古 : 기이하고 고아함.)하였다고 한다.
『수촌만록』에는 임방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주변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당시의 분위기를 전달해주고 문단의 뒷이야기를 남겨주었다는 점에서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