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는 원래 천자(天子)가 천하를 돌아다니며 천지산천에 제사하고, 그 지방의 정치와 민심의 동향을 살피던 고대 중국의 풍습이다.
특히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매년 한 차례씩 각 지방을 순수하였으며, 동방을 순수할 때는 각지의 산에 올라 산천에 제사한 뒤 각석(刻石)을 세워서 진나라의 덕을 찬양하게 하였다. 이런 종류의 비석을 순수비라고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까지 발견된 순수비로는 신라 진흥왕이 세운 창녕비(昌寧碑)·북한산비(北漢山碑)·황초령비(黃草嶺碑)·마운령비(摩雲嶺碑)·적성비(赤城碑) 등이 있다.
이들은 대개 당시 신라의 확장된 국경을 표시한다는 점에서 볼 때 순경비(巡境碑) 또는 척경비(拓境碑)의 의미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