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필사본(筆寫本). 18권 18책과 19권 19책의 두 종류가 있는데, 전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본이고 후자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이다.
이 작품은 「이씨세대록」 · 「이씨후대인봉쌍계록(李氏後代麟鳳雙界錄)」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3부작으로 된 연작소설의 첫 번째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영락(永樂) 연간(年間)에 이명과 그의 부인 진씨의 사이에서 아들 이현이 태어난다. 그러나 이명이 남경(南京)의 기생(妓生)에게 현혹(眩惑)되어 부인 진씨를 내쫓는 바람에, 이현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객지(客地)에서 태어난다. 뛰어난 인물로 자라난 이현을 본 유 처사(處士)는 이현에게 자신의 딸과 결혼하길 청하고, 신랑 신부가 어려서 쌍천(雙釧)을 교환하였다. 장성(長成)한 이현은 연왕(燕王)과 친교(親交)를 맺는다.
한편, 아버지 유 처사의 사망 후 계모에게 핍박받던 유 소저(小姐)는 남장하고 피신하다 이현을 만난다. 유 소저는 남편에게 권하여 주 소저를 맞이하고, 주 소저와 의좋게 지낸다. 유 소저는 이관성 · 이한성 · 이연성을 낳는다.
이관성이 장성하여 정연의 딸과 결혼하나, 정연의 딸은 여환 남매에게 계략에 해를 입는다. 이한성은 설경수의 3녀와 결혼하고 이연성은 청길의 딸과 혼인한다. 이관성의 장자(長子) 이몽현은 장세걸의 딸과 약혼하나, 황태후가 이몽현을 계양공주의 부마(駙馬)로 삼으면서 혼인 갈등이 일어난다. 차자(次子) 이몽창은 상 시랑(侍郞)의 딸과 결혼하나, 상 시랑의 딸이 병으로 죽는다. 이몽창은 순무(巡撫) 중 소 상서(尙書)의 딸 소월혜에게 반해, 부모의 허락 없이 소월혜와 결혼한다. 셋째 아들 이몽원은 최문상의 딸과 혼인한다.
이관성의 4자 이몽상과 5자 이몽필이 장원급제(壯元及第)한다. 한편 북 흉노(匈奴)가 중원(中原)을 침략하자 이관성이 대원수(大元帥), 이몽현이 부원수(副元帥)로 참전(參戰)하고, 이한성과 이연성이 북대원수와 부원수가 되어 출전하지만, 이한성이 전사(戰死)한다. 이연성이 호군을 격퇴하고, 이관성이 황제를 구출한다. 전사한 이한성이 이관성의 꿈에 나타나 인간 윤회(輪廻)의 설화(說話)를 서술한 책을 주고, 이관성에게 자기의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이에 이관성이 자신의 전신(前身)이 삼국시대 제갈공명(諸葛孔明)이고, 장자 이몽현은 강유(姜維), 차자 이몽창은 위연, 3자 이몽원은 마숙, 4자 이몽상은 왕평, 5자 이몽필이 마대라는 것을 알고 인간 윤회의 업보(業報)를 깨닫는다.
이 작품에서 이 승상(丞相)은 인연을 맺을 때 한 쌍의 팔찌를 신물(信物)로 삼았는데, 도중에 잃어버린다. 그러나 손자 대에 다시 돌아온 팔찌를 결연(結緣)의 신표(信標)로 삼았기 때문에 소설 제목이 ‘쌍천기봉’으로 되었다.
「쌍천기봉」은 이씨 집안의 가문과 그 인척(姻戚)들을 주축(主軸)으로 하여, 능력 있고 양심적인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는 왕족이나 지도 계층이 백성의 안녕(安寧)과 복지를 맡아서 돌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능력 있고 양심적인 인물들의 등장은 사회를 혼란 속으로 몰고 가는 모순된 정치 풍토(政治風土)에 대한 반성의 촉진제(促進劑)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여성 수난담이 많이 보인다. 가문에서 쫓겨난 여성들이 겪는 봉적(逢賊) · 투강(投江) · 훼절(毁節)은 집 밖으로 쫓겨난 여성들이 겪는 길 위에서의 수난이다. 이들이 길 위에서 겪는 수난은 모두 남편 및 가문 · 국가 권력과 관련이 있다. 이는 개인의 행복이 국가의 권력에 달려 있고, 남편이 처신(處身)을 잘못했을 때 고난을 겪는 것은 여성임을 보여 준다.
남녀 인물들 간에 보이는 성적 욕망에서는 남성과 여성에 대해 상반(相反)된 시각을 보여 준다. 여성의 성적 욕망을 퇴치의 대상으로 여김으로써, 여성의 정절(貞節)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계양공주와 일반 사대부(士大夫) 가문의 남성인 이몽현의 혼인으로 인해 생기는 혼인담이다. 계양공주와 이몽현이 혼인하게 됨으로써, 계양공주에 앞서 혼인을 약속했던 장옥경이 퇴혼(退婚)을 당한다. 계양공주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한다. 이후 정실(正室)이 된 계양공주는 재실(再室)이 된 장옥경과 지기(知己)의 관계이자 연대 관계를 맺는다. 즉, 여성들이 겪는 불화와 갈등의 관계에서 불평등한 관계에 처한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남성 중심의 혼인 담론(談論)이 바뀌었음을 보여 준다.
이 작품에서는 여성들의 활동이 부각된다. 유한정정(幽閑靜貞)만을 미덕(美德)으로 삼던 시대에, 여성들이 생활 일선(一線)에 나타나는 것은 당시 사회가 그만큼 변모(變貌)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일부 신진(新進) 사류(士類)들이 나름대로 꿈꾸던 이상적(理想的) 구도의 일환(一環)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쌍천기봉」은 조선 후기 사회의 교류가 내외적으로 활발해지고 견문(見聞)의 폭이 넓어지는 가운데, 한 붕당(朋黨)이나 가문이 자기들 눈앞의 이익만을 위하여 골몰(汨沒)하는 비합리적(非合理的)인 인사 처리에 대해 각성(覺醒)하는 태도를 보여 주기도 한다.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극받으면서도 새로운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족 유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이들은 여러 역경을 겪으면서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자기 발전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공생(共生)을 강조하며 사회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형성한다.